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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18. 2020

청년의 날, 이 한장의 사진


오늘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4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조직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지난 1월 9일 청년의 날 지정 조항이 포함된 청년기본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5일부터 청년의 날이 시행된다. 이를 준비하는 조직위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걸 축하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높으신 분들은 편안한 의자에 앉았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간격을 두고 자리했다. 아이돌그룹 라붐과 먹방 유튜버 쯔양 등도 청년의 자격으로 함께 행사를 빛냈다. 이들도 의자에 띄엄띄엄 앉았다.


이런 유명한 분들 말고 평범한 일반 청년들은 의자와 의자사이 좁은 통로에 낑겨 앉았다. 팔이 닿고, 다리까지 맞닿은 채 행사를 지켜봤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는데 우리 청년을 기성세대와 높으신 분들이 얼마나 빙다리 핫바지로 보고 있는지 뼛속깊이 알 수 있었다. 청년의 날을 준비하는 자리에서까지 유명인과 정치인들은 청년보다 높은 곳에 편안하게 앉아 건강까지 챙기면서 박수를 쳤다. 안철수 대표 등은 '우리가 미래! 청년이 미래!'라는 피켓을 들었다.



안 대표는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청년 세대는 단군 이래 최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이 이러한 사회구조를 만든 기성세대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정말 청년세대에 눈꼽만큼이나 관심이 있었다면 그깟 입에 발린 소리 한번 할 시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야 한다. 실무자를 불러 "그래도 명색이 청년이 주인인 행사인데 우리가 옆으로 서있거나 할테니 통로를 채우고 있는 청년들을 자리에 앉혀달라"고 했어야 한다. 



정의당과 민주당 사람들도 진정으로 청년을 생각했다면 별거 아니지만 매우 별거인 자리 문제부터 해결했어야 했다. 그렇게 정무감각이 없나. 굳이 정무감각 따질 거 없이 그들이 우리 청년들을 이정도로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난 어차피 믿지 않는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 기성세대가 칭송하는 청년은 성공한 1%의 젊은이들이다. 간담회에 부르고, 각종 행사에 초청한다. 반면 나머지 99%는 계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 생색 내듯 던지는 청년 정책에는 진심이 없다. 당연히 성공할 수도 없다. 죄송하지만 이 뭐같은 자리배치를 고안한 이, 이것을 두고만 봤던 당신들에게 청년 정책을 맡기고 싶지 않다. 청년들이 주인이 되어야 할 행사에 와서 괜히 생색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다. 당신들은 오늘 수많은 우리 대한민국 청년 모두를 바닥에 꿇어 앉힌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소리치는 그 위선과 기만을 절대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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