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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31. 2020

파안대소 황운하 기사를 썼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347198


나는 온라인뉴스부 소속이다. 출입처가 없고 그냥 얘기될만한 것을 찾아서 쓴다. 그러니 유명인 페북을 보고 기사쓰는 게 쪽팔리지않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지 20여분 후에 링크한 기사를 썼다. 이후 중앙일보 등 다른 매체들이 줄지어 썼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밤 늦게 해명을 올렸다. "웃어야 할 순간이 있고 심각해야 할 시간이 있고 팔 걷어 붙이고 일해야 할 때가 있다. 악마의 편집이다. 웃는 모습이 필요한 순간에 침통해야 할 장면을 악의적으로 편집하면 전후사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속을 수 밖에 없다. 오전에 공부모임에 참석했다가 때마침 방문했던 동료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늘 그렇듯이 사진찍는 분의 요청에 따라 웃는 모습을 연출했다. TV가 켜져 있었지만 누구도 TV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사진 찍는 순간 공교롭게도 TV속에서 물난리 뉴스가 보도됐나 보다. 이 사진으로 물난리 특보 나오는데 파안대소 구설수'라는 기사가 가능하냐"고 했다.  


그의 말이 일견 맞다. 아무리 지역구에 재난이 횡행해도 24시간 내내 침통하게 있을 수 없다. 웃을 수 있고 다른 의원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다만 지적할 포인트를 분명히 해야겠다. 본인들끼리 웃고 떠드는 게 문제가 아니고 이걸 자신들이 스스로 공론화 시켜서 사람들이 그 모습을 봤다는 게 문제다. 악마의 편집을 한 건 언론이 아니고 최강욱 대표 혹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다. 공교롭게 폭우 소식이 TV에 잡혔을 때 찍었고, 필터링 없이, 숙고 없이 그냥 올렸다. 나는 그냥 내 눈으로 찰나의 장면을 보고 썼다. 최강욱 대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도 검찰개혁의 뜻을 공유하는 인싸들과 다정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을 거다. 대학 동아리나 회사 내 친목모임이면 그렇게 프리하게 해도 된다. 아무도 신경도 안 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라는 분들이, 대전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까지 포함한 무리가 국지적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한껏 어필해 놓고선 논란이 되자 언론 탓 하는 것은 본인들의 정무감각이 제로라고 고백하는 꼴이다. 대전 중구에 사는 한 친구는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난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이 수해 복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집이 잠기고 난리는 났고. 자신이 뽑은 이가 저러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한 SBS 기자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 지 모르고 웃음을 보였다가 사과했다. "전 국민이 비통한 가운데 부적절한 장면이 방송되어서 세월호 승선자 가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아픔을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기자도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자가 웃는 모습을 의도치 않게 목격했고, 결국 허리를 굽혔다. 황운하 의원도 비슷한 케이스 아닌가? 어떻게든 논란이 있을 법한 모습이 노출됐으면 일단 지역주민에게 사과하는 게 예의 아닌가. 누가 몰래 그들의 모습을 찍어서 올린 것도 아니고.


저번 고민정 의원 언급할때도 그랬지만 자랑스러운 금뱃지를 다셨으면서 아직도 본인들이 일반인 인줄 아는 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언론에게 당한 게 많고 이 갈리게 싫은 건 알겠는데 스스로가 언론과 얽히지 않으려면 논란이 될 짓을 그냥 안하면 된다. 모여서 웃고 떠들고 끝냈으면 아무 문제가 안됐는데 그걸 기어이 자랑하려고 이 시국에 페북에 올려서 이 사달이 났다. 기자가 프로불편러다, 기사가 악의적이다, 역시 기레기는 답이 없다고 정신승리하기 이전에 과연 본인들이 의원에 맞는 처신을 하고 계신지 돌아보는 게 순리 아닐까. 경찰 혹은 변호사 였을때야 뿌리깊은 피해의식만 가지고도 승승장구 했겠지만 이제 무려 국회의원 아닌가. 잘못을 인정하면 지는 거다, 라는 그 마인드로 과연 4년을 버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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