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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ug 06. 2020

떠내려가면 그만이지, 그걸 왜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늘 의암댐 사고현장에 가서 인공수초섬을 향해 "떠내려가면 그만이지 그걸 왜.. 너무 기가 막히다"고 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다. 환장할 노릇이다.


춘천 의암호에는 2003년에 설치된 900㎡ 면적의 인공 수초섬이 있었다. 춘천시는 한강수계관리기금 10억원 등 총사업비 14억5000만원을 들여 기존 인공 수초섬을 보수·확장하는 사업을 지난해 말 착공했다. 춘천시는 최근 수초섬 공사를 완료했다. 근데 설치 장소를 확정하지 못했다. 한 산책로 변에 방치해놨다.


6일 오전 10시45분쯤 수초섬이 폭우로 떠내려갔다. 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 업체와 행정선이 출동해 수초섬 고박 작업을 하려다 실패했다. 춘천시청 환경과는 119에 신고했고 경찰도 출동했다. 그러다 7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1명은 구조, 1명은 사망했다. 아직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유가족은 춘천시에 "누가 실종자들에게 출동 지시를 내렸느냐"고 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언론에 "(출동을) 시킬 이유가 없다. 저희가 시키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았고.."라고 했다. 아마 이 말은 맞을 것이다. 평소 업무를 맡던 이들, 그리고 시청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었을 것이다. 설마 짐승이 아닌 이상,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일부러 그들을 지목하며 수초섬을 지키라고 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근데 아무리 몰랐어도 춘천시장은 저렇게 얘기하면 안 됐다. 춘천의 어른으로서 책임 피하려고 할 시간에 미친듯이 뛰면서 해결의 의지를 보여야 했다. 춘천시장 페북에 들어가 봤는데 대문에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걸어놨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었다. 그 사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인생을 걸고 폭우 피해를 수습하시길 바란다.


하트 모양의 수초섬이 예쁘고 야속해서 더 가슴을 쳤다. 이게 뭐라고, 14억이 뭐라고 사람보다 더 소중해야 하는지. 사람과 사물이 뒤바뀐 이 기막힌 복마전 한복판에서 간절히 기도한다. 아무리 예측불가능한 사고가 나더라도,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나라는 도대체 언제쯤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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