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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한국도 진짜 저널리즘스쿨이 필요하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 앞 토머스 제퍼슨 동상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은 언시생 뿐 아니라 국내 언론인 모두에게 꿈과 같은 곳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 역사와 명성을 접하지만 어떻게 입학하고, 누가 뽑히며, 어떤 교육을 받는지는 잘 모른다. 미드 뉴스룸을 보면서 눈에 들어온 건 한 방송사 PD에게 애인인 인턴 하나가 소리치는 장면이다. “넌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을 나왔잖아. 반면에 나는 아무것도 없어!”라고. 언론계 최고의 권위인 퓰리처상을 관리하는 곳도 콜롬비아 저널리즘 스쿨이다. 역대로 한국인 진학자가 거의 없었다는 괴소문까지 도는 이곳은 언제 시작됐고,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와 논문, 관련 저서 등을 뒤져서 정리해봤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은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 조지프 퓰리처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졌다. 헝가리의 유대계 부유한 곡물상의 아들로 태어난 퓰리처는 가세가 기울면서 17세의 나이에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넘어왔다. 짐꾼, 웨이터, 노숙자를 전전하다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했다. 사탕수수 농장에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사기꾼을 만나 수수료로 그동안 모은 돈 마저 사기를 당해 날리게 된 그는 독일어로 발행되던 신문 <웨스틀리체 포스트>에 독자투고를 넣었고, 그의 문장을 본 편집자는 그를 기자로 고용했다. 퓰리처는 기자가 된지 10여년 만에 <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를 사들이고 곧이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를 사들인 후, 두 신문사를 합병해 <포스트 디스패치>로 창간했다. 또 매년 4만 달러 이상의 적자를 내던 <뉴욕월드>를 금융업자 제이 굴드로부터 35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이란 말도 이즈음 생겨났다.  


20세기 초 신문 산업을 주도했던 퓰리처는 젊은 날의 과도한 업무와 신문사 간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고, 실명까지 왔다. 은퇴할 즈음 퓰리처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황색언론의 대명사가 된 일을 무척 후회했다. 이후 자신이 만든 언론의 역기능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제대로 된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한 고등교육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고, 이를 컬럼비아 대학과 하버드대학에 의뢰했다. 컬럼비아가 좀더 빨랐다. 결국 퓰리처가 사망한 이듬해인 1912년 컬럼비아 대학에 저널리즘 스쿨이 신설되게 된다. ‘스쿨’(school)이란 학과(department)와 단과대(college) 중간쯤 되는 규모를 뜻한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언론사와 연계돼 인턴 등 실무를 익히다가 지역 언론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은 뒤 중앙언론사로 옮기는 방식으로 언론인을 뽑는 미국의 경우 스쿨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학교에는 총 세 개의 전공 프로그램이 있다. 이학 석사(MS) 과정은 학부 졸업생이나 약간의 기자 경험이 있는 학생이 대상이다. 10개월 동안 학생들은 취재, 인터뷰, 기사작성, 편집 등을 배운다. 언론 윤리, 철학, 법률 또한 비중있게 다룬다. 문학 석사(MA) 과정은 최소 3~15년의 기자경력이 있는 학생이 대상이다. 정치, 예술과 문학, 과학, 비즈니스 등에 특화된 전문기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MS가 기초를 중심으로 하는 경력이 적은 취재기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라면 MA는 경험이 많고 전문 분야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차이점이 있다. 중요한 건 박사과정이다. 매해 무려 4명의 학생만 해당 과정을 받고 있다.


이 곳은 다양한 연구기관으로도 유명하다. 탐사보도 연구기관 토니 스태빌 센터, 디지털 저널리즘 연구기관 타우 센터, 분쟁지역 보도 연구기관 다트 센터, 스탠포드 대학과의 협력으로 미디어 혁신을 연구하는 브라운 센터 등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대학 소속 교수인 새뮤얼 프리드먼이 쓴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도 한때 국내 언시생들 사이에서 교과서처럼 읽히기도 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은 매년 3월 ‘취업박람회’를 연다. ‘커리어 엑스포’라는 명칭으로 열리는 이 박람회는 약 100여 곳의 언론사에서 200여 명의 직원들이 나와 스카우트 전쟁을 벌인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NBC, CNN 등 세계적인 매체부터 허핑턴포스트, Vox, 프로퍼블리카 등 신생 온라인매체까지 포함된다. 그만큼 미국 언론계에서 검증된 인재라는 평가가 강하다.


한국에도 이화여대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이나 세명대저널리즘스쿨이 있지만 언론사 취업 아카데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컬럼비아는 주로 기자 경력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재교육’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삼성언론재단, LG상남언론재단, 유민문화재단 등 저널리즘 관련 공익재단이 있지만 재교육 대신 예산 지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언론재단도 2~3주 디플로마 등을 진행중이지만 부족하다. 사실 매일 사건과 기사에 치이고, 술자리에 참석하며 일을 하다보면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없고 내 자신이 고갈되어 간다는 생각이 크다. 역사와 권위의 차이는 난다해도 한국에도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같은 체계적인 저널리즘 연구기관 혹은 언론인 재교육 시설이 절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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