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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ug 04. 2023

굳이 브런치에 후원 기능을?


또 어그로가 달리겠지만 꽤 브런치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용자로서 한 마디 정도는 보탤 수 있을 듯 싶다. 8월 9일부터 브런치에 후원하기 기능이 생긴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로 운영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맘에 드는 글이나 작가를 발견할 경우 독자가 별풍선처럼 작가에게 쏘는 메커니즘을 만든다는 것 같다. 브런치팀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작가를 선별한다고 하니 그 기준부터가 논란이 될 수 있겠다. 돈을 받을 만한 글과 컨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를 뽑는다? 과연 어떤 항목을 따져 평가할 것인가.


다른 의견도 많겠다만 나는 후원하기 기능 생성에 반대한다. 이미 브런치는 일반 독자에게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줬다. 좋은 글을 써서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수 있고, 아니면 브런치 글을 보고 출판사가 직접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브런치를 통한 강연이나 각종 행사 섭외도 왕성하다고 들었다. 이미 좋은 글에는 그에 맞는 관심과 반응이 집중되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굳이 후원하기 기능을 만들어서 활자판 유튜브나 아프리카 방송을 만들 필요가 있나?


나는 현재 한명의 작가도 구독하지 않고 있다. 오만하거나 그런게 아니고, 그냥 브런치에 내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해놓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피드에 뜨는 글이 좋으면 다 읽고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단다. 하지만 나는 브런치에서 소통보다는 내 자신에 더 집중하고 싶다. 브런치는 내게 있어 그런 공간이다. 일반 SNS처럼 소통해요, 맞팔해요 이런 곳이 아니고 더 진지한 곳으로 활용하고 싶다. 



후원하기 기능이 생긴대도 나는 별로 후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정치 얘기도 많이 쓰고, 좀 날것의 표현이나 생각도 담기 때문이다. 그러다 만약 어떤 글에 후원이 터지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릴 것 같다. 아, 독자분들이 이런 글을 좋아하시나? 그러면 나도 더 맞춰서 써봐야지, 하고 생각할 것 같다. 그냥 매일매일 기사쓰기에 지쳐서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글을 못쓰는 나날이 답답해서 시작한 브런치였는데 나도 모르게 또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선호를 따져 내 자신을 재단하고 싶지가 않다. 


특정 주제에 후원이 쏠릴 가능성도 높다. 이미 조회수가 높은 퇴사 일기나 육아 얘기, 남편 아내 얘기, 시댁 얘기가 또 인기를 끌거다. 근데 그럼 네이버 블로그와 뭐가 다른가. 안 그래도 브런치 메인에 올라오는 글이 일부 주제에 한정돼 있어서 짜증나는데 후원 기능은 글쓰기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두가 실망할 수 있다는 거다. 공지글을 보니 후원기능이 작가의 창작권을 보장하고 컨텐츠 생산 의지를 북돋아 준다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막상 후원하기가 시작됐는데 한푼도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기대가 컸는데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99%의 작가들이 이럴 것이다. 내가 정성을 쏟아서 죽어라 써내려간 글인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러면 의욕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난 오히려 후원하기 기능 생성 이후 탈 브런치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후원하기 기능은 실패할 것이다.


작가들도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글이 과연 돈을 받을 만한 수준이 되는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월간 정여울'이나 '일간 이슬아'를 사례로 들어보겠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2018년부터 매달 주제를 정해 '월간 정여울'을 발행한다. 미술부터 숫자, 의성어, 의태어 등 주제는 다양하다. 독자들은 잡지와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여울의 글에 반해 구독을 한다고 한다. 


'일간 이슬아'는 이슬아 작가가 한 달에 1만 원을 받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편의 글을 이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였다. 이슬아는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 칭하며 2018년 2월부터 일간 이슬아를 연재했다. 자정이 되면 글이 도착한다. 그의 글은 마치 갓 잡아 떠놓은 활어회 같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자신만의 필력으로 끌어내 많은 이의 공감을 이뤄낸다. 그는 일간 이슬아를 통해 학자금 대출을 갚았고, 매일의 글을 모아 출판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1만부가 넘게 팔렸다. 


굳이 프로 유명 작가나 평론가와 같이 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아예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각자 일이 있는데 취미로 글을 쓰는 거니까. 다만 하고 싶은 말은 글로써 돈을 버는 것은 참 어려운데, 그게 그럴만 하다는 것이다. 브런치에 취미로 글을 쓰면서 개인적 만족을 느끼는 것과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보는 것은 하늘과 땅처럼 다른 얘기다. 후원 기능이 생긴다고 좋아할 게 아니고 그저 한번더 내 글이 돈을 받을 만한 정성과 노력이 담겼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돈은 정말 중요하다. 모두가 돈에 집착하고 돈의 노예처럼 살면서 굳이 돈 얘기를 입에 안올리려는 행태가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브런치를 두고는 나도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굳이 후원하기 기능을 만들어서 글과 돈을 연결해야 하나.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참 소중하고 좋다. 근데 후원하기 때문에 온갖 논란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 같아서 싫다. 난 이곳에 쓰는 글로 돈을 벌고 싶지 않다. 차라리 원하는 작가들에게만 해당 기능을 열어주는 것이 어떨까? 사실 원하는 이들 가운데에도 후원하기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거다. 오히려 글 쓰는 환경을 위축시키고, 다양성을 저해하며, 잘 팔리는 글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은 후원하기 기능은 지금처럼 그냥 없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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