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dy Aug 17. 2023

용사의 삶


용사는 한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역병으로 금세 생을 마감했고, 그는 마을을 떠돌며 구걸하며 자랐다. 타고난 근력과 근성으로 그는 장성했다. 그는 우연히 시장에서 먹을 것을 구걸하다 만난 노인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 노인은 우연찮게도 과거 대륙을 뒤흔들었던 검사였다. 그는 용사에게 검술을 가르쳐줬다.


궁극의 검술을 익힌 용사는 전 대륙을 떠돌며 괴물들을 사냥했다. 불꽃을 내뿜는 용을 잡아 화염의 마법을 깨우치게 됐다. 바람의 정령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용사는 정령을 직접 부릴 수 있게 됐다. 꼬리가 10개 달린 전설의 환상마를 입수한 용사는 차근차근 동료도 만들었다. 엘프와 수인족, 호빗 등 이었다. 용사와 무리들은 몬스터에게 위협받는 인간을 보호하며 차츰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다 왕궁에서 급히 용사를 찾았다. 공주가 부활한 대마왕에게 잡혀갔다고 했다. 그녀를 구해낼 사람은 용사밖에 없다고 간절히 청했다. 공주를 구해오면 결혼도 시켜주고 왕위도 물려준다고 했다. 용사는 지체없이 길을 떠났다. 동료들과 함께였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지옥불이 타오르는 던전과 혹한의 겨울이 계속되는 북쪽 나라도 지났다. 물의 나라와 정령의 나라도 통과했다. 유독 대마왕은 참 멀리도 살았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절반도 가기 전에 지쳐버렸을 것이다.


결국 용사와 일행은 대마왕이 서식하는 마계에 도착했다. 그곳은 습하고 어두컴컴했다. 마왕이 부리는 사천왕과 다섯명의 암흑 기사, 수십만 마리의 괴물을 찌르고 베고 용사는 드디어 마왕의 권좌 앞에 섰다. 마왕이 말하길 공주는 윗방에서 자고 있다고 했다. 마계에도 인간의 음식이 있어서 편하게 먹고 쉬고 한다고 했다. 오히려 이곳이 더 편하고, 잔소리하는 아버지를 보기 싫다는 얘기도 했단다. 마왕은 공주를 우연히 보고 사랑에 빠져서 납치했다고 했다.


용사는 더 이상얘기를 듣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마왕은 역시 대단했다. 온갖 속성의 마법과 대단한 완력으로 용사를 압박했다. 그러나 용사는 기나긴 여정에서 획득한 여신의 눈물, 요정의 날개 등을 바탕으로 신성마법을 펼쳤고 결국 마왕을 쓰러뜨렸다. 공주는 순순히 용사의 뒤를 따랐다.


왕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용사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마왕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전 대륙에는 자신 말고도, 혹시 자신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괴물이 더 있다고 했다. 얼음여왕이나 혼돈의 제왕 등. 그들은 각자 대륙의 왕이었는데 식량이 부족해 용사가 살고 있는 왕국 침공을 노린다고 했다. 적은 하나 뿐이 아니었다.


용사는 왕국으로 돌아왔고 공주와 결혼해 왕이 됐다.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적들이 오기전에 성벽을 높이고 방어탑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나라의 돈이 부족했다. 용사였던 왕은 국민들을 설득했고 돌과 자재 등을 직접 공수하기로 했다. 누구는 물을 길렀고, 여성과 아이들은 밥을 싸서 날랐다.


공사는 어렵고 고된 일이었다. 공사 과정에서 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신하들은 왕에게 공사 중지를 건의했다. 그러나 왕은 괴물을 직접 겪어본 몸이었다. 그들의 위험성을 잘 알았다. 공사를 밀고 나갔다. 일부 신하는 반역을 꾀하다가 걸려서 목이 잘렸다. 결국 방어탑과 성벽은 완성됐다.


왕은 계속 밀사를 보내 괴물들의 행태를 파악했다. 하지만 그들은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수십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은 동요했다. 그렇게 힘들게 방어태세를 갖췄는데 왜 괴물은 오지않고, 삶은 나아지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왕은 다 너희를 위한 것이었다며 반박하는 이들을 모조리 잡아가뒀다.


그때 한 가난한 집안에서 또다른 용사가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왕이 주관한 성벽공사에 동원됐다 떨어진 돌을 막고 죽었다. 그는 어린나이에 혁명군을 조직했고 왕에 반대하는 이들을 모았다. 그들은 몰래 왕의 침소에 들어 왕을 살해했다. 공주도 감옥에 가뒀다.


새로운 용사는 성벽과 방어탑을 허물고 그 자재를 팔고, 그 자리에 돈이 되는 농장과 목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백성들은 새로운 성군이 나왔다고 칭송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 왕국의 학교에선 전임 왕을 악마라고 가르쳤다. 마왕보다 더 심한 폭군이자 망상가였다고 말했다. 왕국에는 그렇게 한동안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곧 얼음여왕의 침공이 이어졌고, 그곳은 사람하나 살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영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