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 전부터 회사 영상센터 뉴미디어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부 사건팀장에서 이곳으로 넘어왔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것도 있지만, 사실 십년 넘게 쓴 신문기사 말고 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영상센터는 주로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는 곳입니다. 현재 4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임 선배들이 일궈놓으신 취재대행소 왱이라는 채널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EC%B7%A8%EC%9E%AC%EB%8C%80%ED%96%89%EC%86%8C%EC%99%B1
취재대행소 왱의 구독자는 4일 현재 45만3000명입니다. 신문 매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중에는 구독자로 치면 상위권에 속합니다. 컨셉은 이렇습니다. 구독자들이 유튜브 댓글이나 메일로 어떤 사안을 취재해달라고 요청하면, 이중 하나를 채택해 각 기자가 취재를 하고 PD나 디자이너와 협업해 영상으로 만드는 식입니다. 저는 팀장이지만 뉴비이기 때문에 영상 제작업무를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신문기사의 문법과 영상의 구성은 하늘과 땅 처럼 다릅니다. 기사야 이제 좀 쓸수 있겠다 싶지만, 영상을 꾸며나가기엔 많이 부족하여 매일 이리저리 헤매는 나날입니다.
최근에는 장애인주차시설 관련 영상을 하나 제작했습니다. 제가 주제를 정하고 취재했는데, 아직 제 발음이 좋지 않아 후배 기자에게 녹음을 부탁했습니다. 직접 현장도 찾아 영상도 찍었는데 조회수는 생각보다 저조했습니다. 운전하시는 분이라면 장애인주차구역을 누구나 한번쯤 봤을 만도 하고, 영상에 관련 내용을 충실히 담았는데 아쉬웠습니다. 사실 구독자나 유튜브 이용자의 선호도를 제가 다 알수는 없습니다. 어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숙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건을 계기로 어떤 사안을 독자가 더 궁금해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각종 커뮤니티도 수시로 들어가고, 현재 인터넷의 관심사가 뭔지 더 알아봐야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euQ-SCnOIlQ
왱에 올릴 컨텐츠를 만들면서 실시간 소통의 재미와 어려움을 동시에 깨닫고 있습니다. 신문기사야 다음날 새벽 온라인으로 나가면 거기에 달린 댓글을 보고 나서야 독자의 반응을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댓글이나 독자의 의견이 크게 기사에 추가로 반영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신문은 아직도 일방향적 소통을 전제로 한 미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튜브는 양방향 소통을 전제로 합니다. 내래이션 목소리에 대한 평가, 주제에 대한 왈가왈부,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훈수 등이 곧바로 쏟아집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반영해야 구독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습니다. 현재 45만명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 구독자를 어떻게 늘리고, 또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취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조금은 달라진 취재원들의 반응도 가끔은 신기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부 소속 기자라고 할 때와 뉴미디어팀 소속 기자라고 할 때는 반응이 다릅니다. 괜한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유튜브를 만든다고 하면 조금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중요하지 않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청와대와 국회, 기재부 등을 거쳐온 저로서는 부서 하나만 옮겼는데도 달라지는 그들의 말투나 태도가 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현실을 인지하고 열심히 취재하고 있습니다. 사실 취재원들조차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를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등을 더이상 뉴미디어라고 부를수 없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정부나 기업 등은 미디어적 측면에서 과거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는 걸 분명히 깨닫는 지난 3주였습니다.
센터에선 왱을 주력으로 다른 채널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개st하우스가 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한 기자가 시작했는데 어느덧 10만 구독자를 넘기며 고속성장하고 있습니다. 주로 동물 구조 현장이나 버려진 동물들의 사연을 환기하며 동물 사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DogToHome
또 구독자 16만명의 국민일보 채널은 '작은영웅'이라는 코너를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갑자기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하거나, 어려운 이를 도운 사람들의 사연을 주목하는 방식입니다. 기독교에 입각한 본보에서 이런 따뜻한 사연을 발굴하고 취재해 선한영향력을 널리 전파하는 것도 좋은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각 회사의 제품을 비교하는 국민컨슈머리포트라는 채널도 운영중입니다.
저의 업무는 이런 영상들의 제작과정에서 콘티가 올라오면 수정하고, 문제될 만한 내용이나 구절, 그래픽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틈틈히 제 컨텐츠도 만들고 있습니다. 신문 기사와 달리 어떤 영상과 그래픽을 써야 우리 구독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단순히 영상만 만드는게 아니라 신문사의 새로운 수익구조를 어떻게 개척하는지도 저의 과제 중 하나 입니다. 사회부 사건팀장 때보다야 몸과 마음이 편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업무와 임무 탓에 그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수십명의 팀원들에게 어떤 방향을 지정해줘야 할지 매일 고민입니다.
그래도 기사를 쓰고 고치고 하던 일상적 업무에서 벗어나 비로소 십여년만에 일반 직장인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또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사운드 전문 회사나 각종 뉴미디어 관련 기업들을 만나면서 참 이 바닥도 쉽지 않구나, 레드오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수많은 고퀄리티 영상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지상파 유튜브에 대한 시샘도 납니다. 다만 또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과 취재로 혼탁한 가짜정보와 유해한 거짓의 파편들이 난무하는 유튜브 세상에서 팩트로 승부를 볼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많은 구독과 응원 부탁드리고, 실제로 궁금한게 있으시면 유튜브 댓글로 취재를 의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재밌고 궁금한 건 다 취재합니다. 잔인할 정도로 깊고 넓은 이 뉴미디어 바다에서 향후 몇년간 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빨리 적응해서 기사보다 더 깊이있고 쉬운 그런 영상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많이 도와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