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백종원씨 관련 유튜브나 기사를 많이 본다. 그중에 눈에 띄는 유튜버가 있었다. 45플러스 라는 채널인데 트루맛쇼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송이 맛집을 어떻게 조장하는지 꼬집은 전직 MBC PD 김재환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방송을 활용해 백종원씨가 장사를 어떻게 해 왔는지 비판해온 인물이었다.
아무튼 그가 최근 영상을 하나 더 올렸다. '백종원 뉴스 해석하는 법'이라는 26분짜리 영상이다. 그는 이전 영상에서 백종원 씨가 어떻게 방송가의 거물이 되었는지 지적했다. 이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작가진을 기용하라고 PD 등을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영상 게재 직후부터 온라인에서 그의 영상을 인용해 '백종원 갑질 의혹'을 보도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이번 영상에선 이런 현상을 다뤘다.
거칠게 요약하면 온라인 기자들은 제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속보 경쟁을 하고, 기사를 하루에 수십개씩 쏟아내면서 출처가 불명확한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는 맞고, 또 틀린 내용도 있다. 나도 3~4년 전에 약 1년간 온라인뉴스팀에서 근무하며 속보를 쓴 적이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는 언론사가 돌아가려면 이슈팀 혹은 온라인뉴스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부 사건팀이 신입 기자를 교육하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면 온라인뉴스팀은 뉴스가 대부분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현실에서 각 언론사의 수익과 영향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곳이라고 본다. 그런데 뭐만 하면 기레기의 전형처럼 여기저기서 비판하니까 온라인기자들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나도 그랬다.
모름지기 기자라면, 자기 자신만의 기사를 발굴해야 한다. 다른 매체가 받을만한 특종 기사도 좋고, 체계적인 심증 기획기사도 양호하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남의 것을 그냥 베끼지는 말아야 한다. 근데 그런 정보를 발굴하고, 컨텐츠를 기획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사의 질까지 고려하면 더욱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부 사건팀을 4년 가량 한 나는 수천개가 넘는 기획 기사를 쓴 것 같은데, 좀 마음에 드는 기사는 적어도 2~3일은 걸렸던 거 같다. 그냥 지면 막기용 기사도 수차례 썼고, 1~2시간 고민하고 마무리한 것도 있지만 그런 기사를 좋은 기사라고 부르긴 어렵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을 내가 끙끙대고 있는 동안, 다른 기자가 오늘 막아야 할 컨텐츠를 메꿔줘야 한다. 지면일 혹은 온라인, 또는 방송 리포트일 수도 있다. 내가 새로운 나만의 기사를 만드는 기간에는 누군가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서 독자나 시청자에게 공급해야 컨텐츠 제공으로 먹고사는 언론사는 존립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는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적다. 취재나 편집, 촬영 기자를 합쳐도 한 회사당 많아봤자 100~300명 정도? 가장 기자 숫자가 많은 KBS도 500~600명 정도에 그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이 가운데 매일 기사를 쓰는 기자는 30~4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나머지도 다들 각자 업무를 맡아 하지만 데일리하게 컨텐츠를 발굴하는 취재 기자 숫자가 그렇다는 거다. 발제 압박을 받으면서도 이들은 그래도 각자 자신의 기사를 쓰기위해 뛰고 있는 인원이다.
문제는 이런 인원만으로는 언론사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가능했다. 소수 메이저 매체 기자들이 편하게 고스톱 치고, 낮술먹고 하면서도 언론사가 운영됐다. 정보를 소수의 권력자가 쥐고 있었고, 그들은 이러한 소수의 기자와만 거래했기 때문이다. 정보의 원천이 꽉 막혀있어서 소속에 따라 기사 발굴이 매우 쉬웠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이런 전통적 방식의 취재를 하는 기자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들이 매일 언론사의 얼굴이 되는 좋은 기사들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제 대중은 신문이나 방송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가장 많은 뉴스를 소비한다. 각 언론사의 독창적인 기사로도 이들 어느정도는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워낙 이슈가 많기 때문에 그런 이슈 자체도 다뤄야 조회수를 유지하고, 광고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온라인부, 디지털 뉴스팀 혹은 이슈팀이다. 이들이 커뮤니티나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얻는 주제로 기사를 써줘야 언론사도 먹고 살 수 있다. 속보 경쟁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사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투트랙 전략으로 전통적인 우리만의 기사도 써야 하지만, 대중 대다수가 찾고 필요로 하는 현재 이슈에 대한 기사도 소화해야 한다. 그게 디지털뉴스부의 사명이다.
그러다보면 혼란 혹은 현타가 올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나는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할 당시 정치 관련 기사를 많이 썼는데, 오히려 실제 정치부 쪽 눈치를 많이 봤다. 조회수를 뽑기 위해 조금 재미있거나 자극적인 주제를 주로 선정했는데, 이 때문에 괜히 취재원들에게 우리 정치부원들이 항의를 받을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출칩처를 배정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쪽 이슈를 다루다보니 전통적인 방식으로 뛰는 선후배들의 눈총을 사기 딱 좋다.
다만 어찌보면 기자 인력은 한정돼 있고, 언론사도 먹고 살아야하는 상황에서 온라인뉴스부가 각 출입처 기자들의 노고를 덜어주고 있는 셈도 된다. 그들이 멋지고 훌륭한, 독창적인 기사를 작성할 시간에 우리는 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언론사의 온라인 영향력 강화 혹은 광고 수입을 통한 회사 생계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있는 거다. 그러니 어찌보면 일선 각 부서는 온라인뉴스부에 고마워해야 한다.
실제로 온라인뉴스부 인력은 계속 바뀌고, 일선 현장 에이스들도 많이 간다. 이제 정치 경제 사회부 등 주요 부서만 했다고 에이스가 아니다. 새로운 뉴미디어시대, 온라인뉴스부를 거쳐야 대중의 수요를 금방 파악할 수 있고, 소화해야 하는 뉴스의 종류도 파악 가능하다.
실제로 언론사 안에서도 온라인뉴스부의 위상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저 남의 기사를 베끼는 시대는 이미 옛날이다. 재미있는 기사를 직접 발굴하기도 하고, 전화 취재 혹은 인터뷰가 기본이다. 각 포털도 무의미한 어뷰징 기사를 거르는 시스템을 정립하고 있다.
김재환 PD는 온라인 기자를 두고 "하루에도 수십개의 기사를 양산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취재할 시간이 없는 기자"라고 칭했는데 요새는 틀린 이야기다. 뭐만 하면 기레기라고 하면서 이런 기사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전면 규제를 한다면 아마 독자나 시청자는 읽을 기사가 거의 없을 것이다. 품격있고 품위있는 심층 기사만 남는데 그것만이 대중이 원하는 기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라오는 텀도 길어질거고, 누군가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엘리트류의 기사라 비판할 것이다.
난 그래서 온라인에서 매일 넘쳐나는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생산하며 대중과 가까운곳에서 호흡하는 온라인 기자들을 응원하고 싶다. 나도 또 그곳으로 갈수도 있는 거고. 가끔 법조나 정치부 등 주요 분야를 오래했다고 온라인 쪽 분야를 폄하하거나 조롱하는 타사 선후배 기자들을 많이 봐왔다. 출입처 사정을 잘 모르면서 기사를 막 쓴다는 것이다.
말은 안했지만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출입처 사정을 잘 담고, 출입처 여론 뿐 아니라 대다수 독자의 이목을 끌만한 좋은 기사를 생산하면 될 거 아닌가. 그러지도 못하면서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점차 도태되는지도 모르고,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다른 기자를 무시하는 그런 기자들의 취재 생명은 길지 않으리라 본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업무를 나눠서 해주니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물론 온라인 기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대세가 되는 기사도 어떨때는 따라 써야겠지만 시간을 쪼개서 누군가 취재원에게 전화를 한번 해본다든지. 인터뷰를 새롭게 발굴한다든지. 열심히 해도 티도 안나고, 자괴감만 쌓이는 것 같지만 다른 선후배들이 다 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