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부터 난 신문이 좋았다. 그래서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고, 노력해서 결국 꿈을 이뤘다. 이미 그때부터 사람들은 신문은 망한다고들 했다.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한참이나 뒤쳐진 매체라는 논리였다.
신문 자체를 보는 사람은 실제로 많이 줄었다. 그런데 신문기자가 쓴 기사는 인터넷 기사 형태로 포털에 올라가고, 대중이 그 기사를 소비하고, 매일매일 온 나라가 그 기사로 시끄럽다. 신문기사가 쓴 기사는 신문 그 자체로도 배달되지만, 이렇게 인터넷 기사로도 유포된다.
그러면 이 기사를 보는 독자는 신문을 읽는 걸까? 인터넷을 보는 걸까? 세월이 지나면서 신문을 읽는다는 개념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지하철에서 신문 지면을 펼쳐 읽지 않아도, 인터넷에 뜬 신문 기사를 클릭해서 보는 것도 신문을 소비하는 행위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시대가 됐다.
신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기자들도 아침 발제때 조간이나 석간, 경제 신문 기사를 필수적으로 참고하고, 활용하고, 발전시킨다. 그러니 신문은 죽지 않았다. 죽을 수도 없다. 깊이 있는 취재, 살아 있는 필력, 그리고 사회의 맥을 짚는 정무감각. 신문에는 아직도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힘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으면서 신문사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기자 출신인 대통령실 홍보수석님께서 이번주 한 방송에 출연해 '지금 보지도 않는 신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만 난 신문을 '보지도 않는' 매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대기업과 비교해 적은 연봉에도 그저 기사 한 줄 바르게 쓰자고 뛰는 우리의 노력이 너무 헛되고 가엾다. 실제로는 헛되지도, 가엾지도 않다고 믿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양대 포털 메인을 장식한 기사들은 몇몇 신문기자들이 발굴한 단독, 기획 기사다. 거기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려 한국 사회를 논하고 있다. 독자들은 그 기사에 담긴 팩트를 팩트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문은 새로운 경로로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독자들은 살아가는데 있어 신문기사를 일부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신문을 보지 않는가. 언론개혁 좋은데 개혁을 위해 언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은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