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언론사는 항상 인력난이 심할까

by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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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 전이네요. 중국 환구시보 초청으로 한중일 기자 2명씩 뽑아 환경을 주제로 3개국을 일주일씩 돌며 취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중앙일보 선배와 함께 참여했고요. 중국은 환구시보와 CCTV 기자가 왔습니다. 일본은 지지통신과 아사히 신문기자가 왔습니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섞어가며 서로 소통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재밌었어요.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직업인으로서 소통하며 저널리즘을 논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아사히 기자는 저보다 10살 정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평소 일하는 스타일을 물어봤는데, 좀 놀랐습니다. 일주일에 기사를 2~3개밖에 안쓴다는 거였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그만큼 기자가 엄청 많다고 하네요. 일본의 주요 5대 일간지 중 하나인 아사히 신문은 2005년 기준 전체 직원 숫자가 6000명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경영난에 기자나 직원 숫자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한국 언론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 기자는 일본의 보건복지 쪽 담당이었는데요. 최근에 바이러스 기사를 하나 쓰고 왔다고 합니다. 제가 한국 기자들은 하루에 기사를 3~4개씩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자 엄청 놀라더라고요. 그렇게 기사를 많이 쓰면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면서요.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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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된 뒤 15년 동안 저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해왔습니다.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수습기자를 매년 뽑기는 하는데, 인사 시즌이 되면 부서마다 사람이 없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우리 회사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신문사도, 대형 방송사도 비슷했습니다.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대부분 인력난을 체감합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언론사는 조직 규모 자체가 해외 주요 언론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편입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이나 요미우리신문 같은 대형 신문사는 수천 명 규모의 조직을 운영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 주요 신문사는 전체 직원이 많아야 500명 정도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숫자에는 기자뿐 아니라 경영, 광고, 기술 인력까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취재 기자 숫자만 따지면 훨씬 적습니다. 조직 규모가 작다 보니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취재 영역도 자연히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채용 규모도 제한적입니다. 많은 언론사가 1년에 수습기자를 다섯 명에서 열 명 정도만 선발합니다. 광고 시장이 줄어들고 미디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문제는 기존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부서를 옮겨도 그 공백을 채울 만큼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취재 인력은 줄어드는데 담당해야 할 분야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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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범위가 넓다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언론은 출입처 중심의 취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산업, 사회, 과학, 환경 등 분야가 세분화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 기자가 여러 기관과 이슈를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IT, 반도체, 플랫폼, 기후위기 같은 새로운 분야는 전문 기자가 충분하지 않아 기존 기자들이 여러 영역을 함께 취재하기도 합니다. 자연히 기사 생산량도 늘어납니다.


속보 경쟁이 치열한 환경도 한몫합니다. 한국은 인구 규모에 비해 매체 수가 많은 편입니다. 같은 사건을 수십 개 언론사가 동시에 보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다 보니 ‘먼저 쓰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를 오래 쌓아 심층 기사로 풀기보다 속보와 단신을 빠르게 생산해야 하는 압박이 커집니다. 하루에 여러 건의 기사를 쓰는 문화도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전환 역시 기자들의 업무를 크게 늘려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신문 지면에 들어갈 기사만 쓰면 됐지만 지금은 온라인 속보, 포털 기사, 영상 콘텐츠, SNS 콘텐츠까지 동시에 요구됩니다. 어떤 언론사는 기자에게 영상 촬영과 편집까지 맡기기도 합니다. 기자 숫자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생산해야 하는 콘텐츠는 몇 배로 늘어난 셈입니다.


여기에 기자들의 이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 홍보나 공공기관, 플랫폼 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취재 경험을 가진 언론인을 선호하는 조직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신규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현장에서는 항상 사람이 줄어든 느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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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 기자들은 늘 많은 기사를 쓰게 됩니다. 취재 범위는 넓고, 경쟁은 치열하고, 인력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 기자가 “그렇게 많은 기사를 쓰면 질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묻던 장면이 가끔 떠오릅니다. 아마 그 질문에는 한국 언론이 가진 구조적인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구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많은 취재를 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속보 대응력도 빠르고,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다루는 역량도 강합니다. 실제로 해외 언론인들과 이야기해보면 한국 기자들의 취재 속도와 기사 생산량에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현장 체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기사 수가 많아질수록 한 사안을 오래 파고드는 심층 취재가 어려워집니다. 몇 달씩 자료를 모으고 사람을 만나며 긴 호흡으로 기사를 쓰는 문화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조직 규모와 인력 구조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깊이 있는 취재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허덕이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겁니다. 보람도 사라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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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언론사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탐사보도팀, 장기 프로젝트팀 등을 따로 운영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습니다. 속보 중심 기사와 심층 취재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언론사도 많습니다. 아직 완전한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부족하긴 합니다. 연차가 올라가도 허덕이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오히려 책임이 늘어나니까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일본 기자가 했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기사를 쓰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업무 환경을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가.


이 질문을 가끔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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