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복귀시킨 한국경제신문

by hardy


얼마전에 저는 브런치에 한국경제신문에 대해 썼습니다. 선행매매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을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그 신문을 왜 제가 싫어하는지도 밝혔습니다. 일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의 오만한 워딩과 행태를 근거로 댔습니다.


https://brunch.co.kr/@highstem/405


근데 황송하게도 또 이 글을 기자나 언론계분들, 또 기업이나 정치권에서도 엄청 많이들 보셨나봐요.


한경이 아니라 다른 매체 기자들을 통해 한경 기자분들이 많이 의견을 주신 모양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쓸 일 이냐고..


근데 어차피 브런치는 제 공간이고, 제 마음대로 쓰는 곳이니까 뭐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제가 한경에 대해 그렇게 보이는 걸 뭐 어쩌겠어요. 제가 뭐가 아쉽다고 굳이 그 신문에 잘 보일 필요도 없잖아요? 아무튼.


제가 한경을 싫어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정규재 전 주필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요.


저는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인턴 비슷한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생 인턴기자 같은 거였는데 그때 연사로 정규재 주필이 왔었습니다. 인턴들 앞에서 보수와 경제에 대해 강연한다고 했어요.


당시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이 이슈가 됐던 때였습니다. 당시 5년새 무려 9명의 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KAIST에서는 평점 3.0 미만의 학생의 경우 수업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내야 하는데, 이 평점을 받기가 진짜 어렵나봐요. 학업 스트레스나 경쟁 이런걸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카이스트는 국비로 운영됩니다. 학점 조건을 넘을경우 무료인데, 못 넘으면 돈을 내야 합니다. 당연히 세금이 들어가니까 카이스트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죽어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천재로 불리며 국가 미래를 책임질만큼 뛰어난 청춘들이 연속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들을 그냥 나약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건 아닙니다.


정규재 주필 강연에선 이런 카이스트 얘기가 주된 주제였습니다. 정규재 주필은 카이스트 학생들을 맹비난했어요. 맞는 얘기이긴 하지요. 하지만 논의해볼 여지는 있잖아요? 인턴들은 다 대학생이었는데 정 주필과 한바탕 날선 워딩이 오고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정 주필은 그냥 우리 대학생을 싸잡아서 한심하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아예 말이 통하지 않았고요.


그때 느낀 것은 저렇게 개인적 신념이 강한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기자를 할수 있는가, 였습니다.


확신범은 기자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요? 세상은 넓고 사안은 많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틀릴 수 있고, 오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기자는 더 그렇지요. 분야별로 커버해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항상 겸손하게 주변의 팩트와 취재원의 워딩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내가 옳다, 나만 맞다는 오만함은 틀린 기사, 천편일률적인 기사를 양산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주필을 할수 있는가, 저런 사람이 주필로 있는 언론사는 도대체 어떤 언론사인가 싶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경제신문에 대한 이미지는 그대로 쭉 이어졌고요.


아무튼 정 주필이 약 9년만에 한국경제신문으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한국경제는 3월 5일 인사를 통해 정 전 주필을 상임고문 겸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임기는 3년입니다. 그는 주필 겸 논설실장에서 물러난 뒤 회사를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에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정규재 상임고문이 한국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상임고문보다는 윤리위원장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국경제가 오랫동안 명예를 지켜온 신문사였지만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앞으로는 명예를 회복해 깨끗한 정도 언론사로 거듭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무슨 명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인사에 앞서 한국경제 내부에서는 이미 정규재 전 주필의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한국경제를 압수수색한 이후 이런 관측은 더욱 구체적으로 퍼졌습니다. 한경 노조는 반대해왔는데요.


정규재 고문의 정치적 이력 문제 때문이에요. 과거 자신이 창당한 정당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고요. 아니 그래도 최소한 겉으로는 중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라도 해야죠. 그래도 언론인데.


정규재 고문은 2017년 1월 자신이 운영하던 인터넷방송 ‘정규재TV’를 통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인터뷰는 탄핵 사태의 핵심을 충분히 짚지 못하고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해명만 전달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당시 한국경제 기자들 역시 바른언론실천위원회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자사가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흔들었다고 비판했고, 그 사례 중 하나로 정규재TV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정규재 고문은 지난해 3월 채널A 유튜브 프로그램 ‘정치시그널’을 통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또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정규재 고문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이른바 보수 논객들과의 만남이 두 차례 이뤄지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저는 안그래도 주식선행매매로 전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또 한번 논란이 될만한 인사를 하면서 굳이 사서 욕을 먹고 있는게 좀 이해가 안 갑니다. 노조가 반대 성명만 내고 좀 조용히 있는 것도 신기하고요.


저도 같은 업계의 다른 매체를 자꾸 언급하고 비판하는 게 좀 민망합니다만, 이 정도면 어쩔수 없잖아요? 한경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어떤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려는 건지 자꾸 의문이 커지는데 뭐 다니시는 분들이 알아서 하시겠지만 언론계 사람들이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근데 이 정도면 한국경제신문 다닌다고 어깨 들고 다른 기자들 더 이상 무시할 건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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