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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세월호와 스타 기자


5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종합체육관 앞에는 무수한 구호품이 쌓여 있었다. 국민들이 보내주신 것들이다. 봉사자들은 맛밤이나 초콜릿 등을 유가족과 봉사자, 잠수부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나눠줬다. 현장에는 대부분 대개 10년차 미만의 어린 기자들이 많았다. 모두가 다 배고프고 힘들었는데, 체육관 모퉁이에 걸터앉아 구호물품으로 허기를 달래는 경우가 잦았다.


당시 현장 기자들 사이에선 소문이 돌았다. 한 스타 기자가 '유족과 봉사자 먹으라고 모인 구호물품을 기자들이 축내고 있다'는 야마로 어린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부장과 데스크에 쫓기고, 또 하기 싫은 유족 취재를 해야만 하는 젊은 기자들 모두가 서러웠다. 당시 현장에 구호음식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봉사자들이 먼저 고생한다며 쥐어주시는 건데 우리는 그냥 존재 자체가 적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스타기자는 연합뉴스 기자에 대해 일갈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다 '물살 거세지기 전에…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읽은 그는 버럭하고 화를 냈다. 욕설을 내뱉으며 "니가 기자냐,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고 했다.  


연합 기사는 그냥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통계를 종합한 거였다. 진도군청에서 매일 오전 브리핑 하는 내용을 소화한 기사였다. 모든 언론이 우선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나 수색상황을 기사로 일단 소화하고, 각자 배를 빌리거나 해서 현장에 나가서 기사를 또 썼다. 다만 수색상황에 방해가 될수있어 통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정부 발표의 사실 여부를 체크하고 쓰는 게 맞았지만 정부가 아침마다 내는 밤사이 진척 상황을 소화하지 않고 사실 여부가 확인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과연 참기자인지는 의문이다. 연합 뿐 아니라 타 매체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 눈치를 보거나, 정부 편이라서가 아니고 상황을 파악하고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스타 기자가 세월호 구조의 희망으로 부르짖던 다이빙벨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다이빙벨로 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도 참석했다. 다이빙벨이 효과적인 구조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입증할 자료나 전문가 의견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그렇게 정권에 맞서는 참기자로 이미지를 구축했다. 실체와 근거는 없다. 그냥 소리를 지르니까 정권과 타협하지 않는 멋진 사람이네, 하는 것이다.


그는 엠부시(기자가 잠복했다가 취재원에게 기습적으로 질문하는 인터뷰)의 대가로도 불렸다. 퇴근하는 권력자에게 달려들어 실랑이를 벌이고, 멀어져가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통쾌하고, 호쾌하고, 멋져 보인다. 그런데 취재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 질문만 하고, 그 멋진 모습을 누군가 촬영하고 끝이다. 그게 과연 좋은 기자인가. 그걸 카메라로 찍어서 자신을 세일즈하는 모양새에 과연 진심이 담겨 있는가.


오늘 그 스타 기자가 본인이 연출한 영화로 故 김광석씨 아내에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화 '김광석'은 정황 증거만 늘어놓다 끝났다. 명확한 근거 없이 아내가 범인이다 하고 막을 내린다. 법원의 결정은 증거가 불충분한 결과이자 허위사실 유포의 결과인데 일부 사람들은 또 믿지 않는다. 모종의 세력이 음모를 쳐놓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성찰 없는 정의, 질문 없는 자기확신이 불러오는 어마어마한 폐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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