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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환경미화원과 직업의 귀천


생생히 기억한다. 수습을 떼고 사건팀에 정식으로 배치받아 처음 쓴 기사가 환경미화원 기사였다. 천호대교 중간에서 질주하는 차를 피해가며 쓰레기를 치우던 A씨와 하루를 함께 보냈다. 차도 청소는 주로 노면청소차가 맡지만 작은 쓰레기까지 다 치워지진 않아 A씨가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경광등 달린 차로통제차량을 동원하면 ‘길을 막는다’는 운전자 항의가 많아 위험을 무릅쓰고 청소를 했다.


환경미화원은 온갖 궃은일에 동원됐다. 교통사고 잔해들은 노면청소차로 치울 수 없어서 미화원들이 직접 정리한다. 불이 나면 근처에서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에게 구청에서 연락이 온다. 경찰보다 먼저 도착해 교통정리를 할 때도 많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기르던 고양이가 죽었으니 치워 달라’ ‘음식물 쓰레기 좀 대신 버려 달라’는 식의 황당한 민원은 대부분 환경미화원에게 돌아온다.


당시 서울시 환경미화원은 2600여명이었다. 무기 계약직인 이들은 도로와 골목길, 취약지구 청소 등을 담당하며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9시간 근무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에 담당구역 청소를 끝내기가 쉽지 않아 오전 5시 이전에 출근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동호 부산시의원의 막말을 목도하며 당시 기억이 났다. 이 의원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과거 환경미화원은 대학에서 시험을 치고 들어오거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오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다 알음알음으로 들어온 것이다.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기술도 필요 없는 업종”이라며 “환경미화원은 신의 직장, 로또 인사, 로또 자리”라고 주장했다.


검색만 해보면 대학 졸업자 혹은 석사 학위 소지자까지 몰려 20대 1의 경쟁률을 훌쩍 넘는 미화원 선발현장의 모습이 즐비하다. 취업난에 재수, 삼수까지 해가며 30kg짜리 모래주머니를 들고 뛰는 풍경이다. 위험천만한 소식들도 바로 검색된다. 지난달엔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관악구에서 환경미화원을 치고 달아났다. 그는 이틀 뒤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발생한 환경미화원 관련 사망사고는 15건, 골절 등 신체사고는 1465건에 달했다. 고된 업무와 위험 부담으로 그에 합당한, 어쩌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을 받고 있는 게 환경미화원이다.


미화원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이동호 같은 이들의 시선이다. A씨는 “청소 중 잠깐 쉬고 있었는데 누군가 ‘세금으로 먹고사는 미화원들이 놀고 있다’고 구청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했다.


나는 다 떠나서 쥐뿔도 모르면서 다른 직업을 폄하하고, 함부로 재단하고, “나는 타인보다 훨씬 잘나고 똑똑해서 고차원의 직업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정신승리에 빠져 섣불리 정의의 사도 혹은 날카로운 지적자, 지자체 정치의 선도자로 착각하는 저 모습이 한탄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미화원을 가리키며 자녀에게 “너 공부 안하면 저렇게 돼”라고 훈계하는 그런 쌍팔년도의 모습. 구석기 시대 같은 마인드로 어떻게 부산시를 대표하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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