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dy Oct 19. 2019

노키즈존 단상

어찌 보면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소통을 늘리자’ 처럼 편하고 무책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노키즈존’과 ‘맘충’, 조작이 의심되는 ‘과천 고깃집 된장찌개 사건’ 등을 두고 언론이든 전문가든 해법이랍시고 떠드는 이야기가 소통 강화인데 과연 되겠나 그게. 굳이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는 사안을 두고 어설픈 답을 강구하려니 공허한 소통 소통만 주문처럼 되뇌이는 거다. 가뜩이나 아이 낳기 힘든데 애 데리고 식당이나 까페도 못 가느냐는 항변에 맞서 지 자식만 챙기는 무개념 부모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뛰노는 애들 탓에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가 살벌하다. 둘 다 맞다. 다만 미혼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 씨가 한겨레에 쓴 칼럼이나 MBC 라디오 PD 장수연 씨가 자신의 블로그(https://brunch.co.kr/@jangsypd/60)에 올린 글의 일관된 시각은 애가 없는 입장에선 매우 편협해 보인다. 부모로서의 두 필자는 모두 자신들을 ‘약자’로 상정한다. 인종차별 받던 흑인이나 유대인에 빗대거나, 여관에서 쫓겨난 요셉과 마리아를 들먹인다. ‘아이를 싫어하는 사회’라며 일부 업주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히틀러 시대나 중세 유럽 미국 등과 동일시 한다. 어떤 이유로든 차별은 옳지 않다는 그네들의 외침은 일견 옳아 보이기도 한다.  


짚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치솟는 교육비와 눈칫밥 탓에 있어도 못 쓰는 육아휴직 제도 등 아기 낳기 어려운 열약한 사회 인프라와 노키즈존 어젠다를 비슷한 성격으로 치부하긴 매우 애매하다. 노키즈존의 속성을 한번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업소 자체의 규정이기에 구체적 통계 같은 건 없겠지만 키즈까페 등 어린이가 주 고객인 업소나 공간이 노키즈존이 될 리가 없다. 식당이나 까페 등 일반적으로 성인의 이용률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형성된 노키즈존 업주가 일부 민원 혹은 공간의 분위기 유지를 위해 아이의 출입을 막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행위를 ‘횡포’로 몰아가는 대목에서 또 다른 전체주의적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국가 차원에서 잘못된 가치관에 입각해 유대인이나 흑인,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던 외국 혹은 과거의 사례와 비교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누구나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공간의 소유자나 점유자에게도 활용의 자유가 주어진다. 


부당이 당연시됐던 시기도 아니고 하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야. 장수연 PD는 식당 주인 차원에서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항변하는데 왜 그래야 하나? 해당 식당의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가? 이 무슨 오만 방자한 논리인지.. 까놓고 보면 노키즈존이 확산되고 있는 식당이나 까페는 아이들이 아니라 본인들이 가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 그냥 아이들은 객체화되서 따라갈 뿐인 건데.


하나 더. 아이를 낳은 부모는 정말 사회적 약자인가? 미혼자로서 나는 왜 자꾸 유부남녀보다 미혼 혹은 비혼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과 압박이 훨씬 더 커보이는지.. 아이 낳기 어려운 사회 같은 국가적 과제 말고, 약자를 상정하는 사회적인 시선 말이다. 본인 애기가 모두에게 예쁠 거라고 착각하는 일부 부모 탓에 피곤함을 호소하는 주변 이들을 여럿 봤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키워야 정상이고, 나이가 찼는데도 결혼을 안하거나 못하면 어딘가 하자 있는 것처럼 보는 지극히 꼰대적인 사회 분위기 내에서 가정을 꾸린 이들은 약자가 아니고 ‘주류’다. 


적어도 내 입장에선 그렇다. 조질 거면 사회 제도를 조져야지 본인들의 육아 고민을 약자의 그것으로 치환하는 지점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흑인과 유대인,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거나 여전히 겪고 있는 차별과 시선까지 가져다 코스프레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아이들을 올바르게, 예의바르게 교육하고 있다’며 무리한 일반화에 대해 억울함을 표하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런 차원을 떠나서 1인 가구 30% 시대를 맞아 왜 자꾸 노키즈존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성찰이 먼저일 거 같다. 아 그리고 또하나. 애들 교육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정말 제대로 자식 잘 키우고 있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그냥 본인이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레바퀴와 송유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