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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an 02. 2020

기자가 본 JTBC 신년토론 후기


진중권 vs 유시민 구도부터 기대를 모았는데 불꽃 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각자의 생각을 듣기엔 충분한 토론이었던 것 같다. 이번 신년토론 주제가 '한국 언론'이었던 만큼 토론에서 나온 언론관에 대해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반영해 한번 분석해보겠다. 좀 편파적인.. 감상평이라도 이해해주셨으면.




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기레기라는 단어가 나타난 제일 중요한 원인은 보도의 품질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는 거다.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야 되고, 그 여러 사실들 사이에 적절한 관계를 맺어서 맥락을 전달을 해야 되고 맥락을 통해서 해석을 실어 보내는 이런 것이 언론 보도다. 보도가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될 때 이용자들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언론측에서 피드백이 전혀 없다. 오보에도 언론은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옳고 그르든 믿지 않는 경향이 너무 심해졌다. 대중의 보도의 품질이 아니라 자기 생각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기레기라고 한다. JTBC가 박근혜 탄핵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군중들이 JTBC 물러가라고 한다. 유시민 이사장이 진행하는 알릴레오도 품질이 낮은 보도를 하고 있지만 유 이사장은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는다. 알릴레오는 피해망상 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데 대중들은 이를 다 사실로 믿고 있다. 이런 선동에 세뇌된 사람들이 멀쩡한 레거시(기성) 언론을 공격하면서 기레기라고 하고 있다.


감상평

품질 높은 보도란 무엇일까. 각 출입처에서 매일 발표하는 정책 기사가 아니라 기자가 발로뛰는 심층보도일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지 않는 데이터를 직접 발굴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보도를 뜻한다고 본다. 최근 경향신문의 노동자 사망 보도(매일 김용균이 있었다)가 그랬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좋은 기사다. 


그런데 일간지나 방송, 경제지의 경우 매일매일 기사를 써야 한다. 일본 언론처럼 기자 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KBS는 기자 수가 많지만 그만큼 노는 인원도 많다고 한다. 연봉 1억원대 이상 고참 기수 중에 아무것도 안하고 자리 차지하는 이들도 많다고. 그만큼 세금이 줄줄 새는 것이다). 결국 품질 높은 언론사의 고유기사는 하루에 많아봤자 10개 미만이고 주로 1면이나 종합면으로 빠진다. 나머지는 풀(모든 언론사에 다 알려진 발표) 기사 등으로 채우는 것이다. 시각을 달리해서 쓸 순 있겠지만 품질 높은 보도는 인원을 빼서 특별취재팀을 꾸린 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나온다. 그 인력의 구멍을 일반 기자들이 채워야 하는데 더 노력해야겠지만 매일매일 품질 높은 기사를 쓸 수가 없다. 보도자료 중에도 중요한 기사들이 많다. 고품질의 기사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 더 고민을 해야겠다만 애매한 기준으로 품질을 논하는 것은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아마 기레기라는 용어가 본격화된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였을 거다. 그럼 세월호 때의 품질 높은 기사는 무엇인가. 한 스타기자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기사화 한 연합뉴스를 비판했다. 품질 낮은 기사로 봤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선 각 언론사가 배를 빌려서 동거차도로 이동해 취재를 하는 한편 일부 기자는 진도군청에 남아 정부의 발표를 보도했다. 국민적 관심사가 컸기 때문에 모든 지면이 세월호로 도배되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동거차도에서 나온 기사는 고품질, 진도군청의 기사는 저품질로 획일화되게 나눌 수 가 없다. 유병언 일가가 재판을 받는 와중에서 검찰발 단독 기사가 많이 나왔다. 현재 일부 층의 논리라면 검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없고, 검찰의 수사 상황이 진실은 아닐진대 당시에는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현실을 나열하는 것도 징징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개개인 기자가 더 노력해야겠지만 유 이사장의 말이 좀 공허하게 들리긴 했다.




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국의 기성 언론이 불신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구조, 의식, 관행 세 가지라고 본다. 기성언론은 공적 역할을 하는 사기업이다. 사주의 지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 언론사의 기자들이 어떤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실들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맺어주면 어떤 메시지를 실어 보낼 건지에 대해서 영향을 받는다. 언론사는 또 광고주의 영향을 받는다. 광고를 받는 신문들은 (기업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자제하고 있다. 


기자들은 또 아주 편하게 기사를 쓴다. 경제 뉴스는 다 대기업이나 경제 관료들이 주는 것을 받아 쓴다. 사회 뉴스는 경찰서 출입하면서 거기 받아 쓴다. 조국 뉴스 같은 그건 경찰청 기자들이, 출입기자들이 다 쓰는 거다. 출입처에서 대접받고 사무실도 제공받고 한다. 그러니까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까 불신이 생긴다. 


감상평

유 이사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선 할말이 조금 있다. 우선 사무실을 제공받는다는 부분. 아마도 기자실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일부 사기업 기자실을 제외하고 검찰과 청와대, 경찰 등 공공기관 기자실은 각 언론사가 매달 기자실비를 내서 쓴다. 일단 이렇게 정정을 해야하고.


편하게 기사를 쓴다는 말은 아프다. 다만 일반화의 오류겠다. 받아쓰기의 기준이 애매한데, 한번 예를 들어보자. 사건팀 기자시절 가수 믹키유천의 휴대전화를 주운 A씨가 믹키유천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적이 있었다. 이를 외곽에서 취재하고 최종 확인은 검찰과 경찰에 했다. 내가 따로 취재하고 확인만 검찰에 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흘려준게 아니다.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과장은 기사가 나가자 "당신때문에 내가 흘려준거라고 오해받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기자가 주체적으로 취재했고 최종 확인만 수사기관에 한 건데 흘려준 것처럼 된 거다. 수사기관에서 흘려줬대도 추가 취재가 되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것이 많은데 그렇다면 받아쓰기라고 쉽게 말할 일은 아니다. 


광고 얘기는 계륵이다. 할말이 없다. 산업부에 2년간 출입하며 건설, 부동산 등을 담당했는데 언론사 산업부는 기사가 아니라 광고를 위한 조직이다. 처음에는 너무 싫었지만 안 그래도 망해가는 신문사업 종사자로서 산업부로서의 사명도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경향신문의 SPC 사태(기업이 편집국장과 딜을 해서 5억을 주는 조건으로 취재기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기사가 삭제된 사건)도 있었지만 기업 광고가 언론사 수입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상황에서 기사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홍보팀 등은 노골적으로 "박 기자님, 저희가 얼마나 광고하는지 아시죠"라고 협박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A 기업 회장님의 별거아닌 선행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는 것이다. 이건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 취재 기자들이 데스크와 매번 싸우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피의사실 공포죄는 예전부터 있었다. 한번도 적용 안 됐다. 최순실 사태 때는 얼마나 추측 왜곡이 많았나. 지금은 얌전한 편이다. (피의사실 공포를) 최근 문제 삼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 조국 문제 때문이다. 조국 무죄를 만들기 위해 이를 감시하는 언론과 검찰을 공격하는 합작이다.


감상평

토론 도중에 손석희 앵커가 유시민 이사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검찰 수사가 진실이 아니면, 법원이 최종 판단하면 받아들이겠습니까"라고. 유 이사장은 "그럴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결국 법원의 판결이 진실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검찰이 기소를 하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두고 법리적으로 판단한다. 어떤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따져본다. 법원이 따로 수사를 더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검찰은 뭐라도 증거를 더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죄가 되지 않는 사안을 기소 사항에 포함하는 식의 헛발질을 매번 한다. 


그런데 법원은 과연 진실을 판단하는 완벽한 존재이자 기관인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은 재심이 확정됐다. 경찰의 무능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법원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곽의 일이라지만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있는가? 그러니 누구든"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말고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진중권 교수의 표현대로 보고싶은 사실, 듣고싶은 것만 진실이라고 판단하는 게 현재 분위기인데 이 상황에서 진실이란 말은 미명에 불과하다.


또 하나. 피의사실 공표 운운은 과거부터 정권과 권력기관이 언론을 억압하는 기제중 하나였다. 길어지면 대법원 판단까지 참고 써야된다는 것이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법원에 기소를 하면 몇년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모든 범죄자의 혐의 등을 쓰면 안된다는 것.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다. 검찰발 받아쓰기 논리와 미묘하게 연결되는데 판단을 좀더 해봐야겠다.


총평 - 기성언론과 뉴미디어(유튜브)를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

누구나 기성언론과 레거시 미디어의 몰락을 말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유튜브 등이 뉴스 전달 통로로 각광받고 있다는걸 다 안다. 요즘 신문 누가 보나. 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그렇게 "기성언론이 망해간다"고 하면서도 또 언론을 저격할때는 "언론은 제 4부"라고 말을 바꾼다. 기성 언론을 두고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간다고 조롱하면서도 또 다시 공격할때는 언론의 역할이 크고, 비중이 상당하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고싶은 유튜브를 보며 "이게 진실이지" 공감하는 동시에 어디가선 "유튜브는 못 믿겠다. 그래도 기성언론이 그나마 믿을 만하지"라고 한다. 기막힌 이중잣대다.


그간 언론의 폐해는 심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소수의 매체로 구성된 카르텔이 낳은 ‘갑질’ 문화가 횡행했다. 대기업 사장에게 자녀의 취업을 청탁할 만큼 만연한 기업 혹은 권력과의 유착도 문제였다. 대중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드는 오만한 태도는 ‘기자 양반’이라는 조롱을 낳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얄팍한 옛날 지식에 사로잡혀 안주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아무리 그렇대도 여야와 청와대를 막론하고 본인들의 잘못과 무지, 위선과 가식을 무조건 언론탓으로 넘기는 건 옳지 않다. 내가 언론계에 몸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기승전 언론개혁, 기승전 언론적폐청산으로 몰아가면 본인들의 허물을 잘 보지 못하게 된다. 우리에게 나쁜 기사는 가짜뉴스가 되고, 나쁜 기자, 기레기로 보게 된다. 소설가 이청준이 썼던 '당신들의 천국'에 나오는 조백헌 대령처럼 되는 것이다. 언론은 회사 차원에서, 또 각 기자 차원에서 기레기 현상에 대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또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추기 위해 기술적으로도 변해야 한다.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빠르게 피드백해야 한다. 다만 모든 짐을 다 짊어질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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