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호흡

가쁜 호흡소리로 가득 찬 멈춰버린 세계

by 작가 전우형

호흡을 멈춘 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긴 호흡으로 '스읍'하고 숨을 깊이 들이키고 내뱉기를 몇 번 반복한 후 가만히 숨을 참고 초시계를 작동시킨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20도 채 세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슴에 납덩이가 얹힌 듯 압박감이 느껴진다.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호흡을 내뱉기 시작했다. 차분히 조금씩 최대한 길게. 다시 20의 숫자를 셀 때까지 더 버틸 수 있었다. 더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내뱉고 나면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뻑뻑함이, 출구가 없는 공간 속에서 사방에서 밀고 들어오는 벽에 갇혀 옴싹달싹하지 못하는 것처럼, 폐부를 바싹 조여오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호흡을 시도해보지만 입과 코를 막아버렸기에 콧구멍의 윗 천장과 아랫 천장이 찰싹 달라붙은 압박감만 존재할 뿐, 어떤 것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수는 없었다. 찰나가 영원처럼 느껴질 그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길게 늘어진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숨을 크게 들이쉬며 초시계 바라보았을 때는, 표시된 숫자가 겨우 1분 2초를 지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가쁜 호흡소리는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 것 같다. 한 줌의 공기도 더 담을 수 없을 만큼 팽창한 폐부의 입구를 억지로 열어젖히고 압축공기라도 집어넣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절박함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단단한 고무공처럼 부력을 완전히 잃은 채 물속으로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물에 빠진 사람의 그것과 흡사하다. 아무리 팔다리를 휘저어도 입과 코가 물에 잠기는 속도를 보상할 수 없는, 고개를 뒤로 젖힐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젖히고 턱을 있는 대로 들어보아도 입속으로 계속해서 물이 들어와 컥컥거리며 혼돈과 공포의 아수라장이 된 상태. 과호흡은 그런 상태가 되도록 오히려 산소의 바닷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밀어 넣는 사람도, 빠져나오려는 사람도 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인물인 세계, 피고와 원고가 같은 사람으로 채워진 법정. '땅땅땅'하고 두드리는 의사봉의 울림은 누구를 위한 판결문일까?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어도 내가 구속되고,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면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 평가하고 싶지 않아도 스스로를 평가하고 마는, 부조리로 뒤엉킨 내면의 재판장에서 홀로 화형대에 불을 지피는 사람은 누구일까? 분명한 것은 나는 얼마든지 스스로를 절벽 끝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캄캄한 심연으로 덮인 절벽 너머를 바라보며 어물쩡거리는 나의 등을 떠미는 건 다른 어떤 의지의 산물이었을지 몰라도.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호흡과도 같다. 숨쉬기 운동처럼 힘들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글쓰기를 멈추면 마치 숨을 멈추었을 때와 유사한 답답증이 몰려온다. 몸속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느낌. 심연의 무저갱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몸속이 삶의 찌꺼기들로 가득 차 버리는 느낌. 결핍으로 인한 답답함이든, 과잉으로 인한 그것이든, 들숨과 날숨의 기묘한 조화가 아니고서는 내면의 체기를 해소하거나, 이어질 찰나를 살아낼 방법이 없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와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미칠듯한 과호흡이 나타난다. 마치 더 많이 들이켜야 지금 느끼는 답답함이 해소될 것처럼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뻣뻣해진다. 내뱉어야 할 순간에 들이키고, 더 들이키고, 한치의 틈도 없는 공간에 무언가를 더 쑤셔 넣으려 애를 쓴다. 태엽을 감지 않아 늘어질 대로 늘어진 오르골의 멜로디처럼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언제 멈출지 모르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있을 때처럼 시간의 틈새는 초단위로 명징함을 더하더니, 이제는 세포 하나하나를 초침으로 찔러대는 것 같다. 그렇게 정지된 세상의 한가운데에 있으면 새하얀 공간을 도저히 메울 수 없을 것 같은 암담함에 빠진다. 허우적거릴 힘도, 의욕도 없이 깊은 심해 속으로 무쇠 덩어리처럼 침잠해 내려갈 뿐.


나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나를 가득 채우려 했을까? 가득 채우거나 억지로 밀어 넣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헐벗고 굶주린 내면의 아우성에 응답하기 위해서였을까? 마치 과식이 유발한 체기와 변비처럼, 의욕과 욕심으로 더 이상 부풀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오른 머리와 마음으로는 단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가득 채워봐야 1분 2초를 버틸 수 있을 뿐인데.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한 줌의 공기도 더 들이켜지 못한다. 비움과 채움의 순환 속에 다음 세상으로 이어질 연결고리가 있음을,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내면에 존재하는 단단하게 굳어져버린 무언가를 비워내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하 4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