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가 '0'에 수렴하는 이유

돈을 모으고 싶다면

by 작가 전우형

통장 잔고가 언제나 '0'으로 수렴하는 이유


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새어나간다. 통장 잔고에 기재된 액수가 꽤나 자주 0에 수렴해가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의 소비패턴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인 자동차 비용을 언급해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3,000만 원짜리 신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5년 동안 3,000~4,000만 원의 돈을 아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소개하겠다. 그러니 자동차 없이 살 수 있다면 가급적 차량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생활패턴을 고려해 자동차가 없어서는 안 된다면 출시된 지 10년 정도 지난 500만 원 이하의 차량을 구매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동차값 외의 비용은 동일하거나 수리비 등으로 조금 많겠지만 매년 들어가는 자동차 할부금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중고차값 하락으로 인한 손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년 정도 지난 500만 원 이하의 차량을 구매하면 3,000만 원 신차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최소한 1,000만 원 이상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세부내용은 아래 기술하였다.




자동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값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예를 들어 3,000만 원에 신차를 구입했다면 그 차량의 중고차값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는 5년 정도가 걸린다. 언뜻 보면 5년 동안 1,500만 원의 손실만 입는 것처럼 보인다. 그 1,500만 원은 5년 동안 편하게 최신 자동차를 탄 기회비용으로 치면 될 것도 같다. 하지만 자동차를 운용함으로써 소모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다. 매월 빠져나가는 자동차 할부금 외에도 수십만 원의 비용이 꾸준히 '추가로' 소모된다. 이 돈을 더하면 매월 백만 원을 웃도는 적지 않은 돈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좋겠다. 나는 새 차를 탄다는 만족감에 얼마의 돈을 지불할 용이가 있는가? 그 감을 잡아보기 위해서는 차분히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운용함으로써 소모되는 비용은 기본적으로 '차량 구입 가격 + 자동차 세금 + 보험료 + 연료비 + 기타 부대비용(도로요금, 소모품 교체비용, 수리비, 주차비 등) - 자동차가 없을 때 드는 비용(버스, 택시, 전철, KTX 등)'이 될 것이다. 각각의 항목을 차분히 계산해보자.


1. 차량 구입 가격(3,000만 원 기준)

3,000만 원 차량을 60개월로 단순 계산하면 매월 50만 원, 36개월로 단순 계산하면 매월 83만 원 정도를 할부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60개월 할부의 경우 매년 600만 원, 36개월 할부의 경우 매년 1,000만 원을 자동차 할부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는 여기에 캐피털 이자가 붙기 때문에 지불해야 할 돈은 더 많을 것이다.


2. 자동차 세금

배기량에 따라 상이하며, 올해 기준 배기량 2,000cc 비영업용 승용차량의 세금은 52만 원이다. 배기량은 1,200cc에서 5,000cc까지 다양하므로 평균 50만 원 정도로 책정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3. 보험료

보험료는 운전경력과 나이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면허를 취득하고 처음 운전대를 잡는 20대 초반의 운전자의 경우 200만 원을 웃도는 보험료가 책정되며, 무사고 운전경력이 길어지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는 100만 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평균적으로 매년 150만 원 정도가 보험료로 지출된다고 보면 되겠다.


4. 연료비

연료비는 주행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영업차량이 아닌 이상 자동차를 꽤 많이 운전한다고 하면 연간 주행거리가 3만 Km 정도가 나오고, 그 외에는 평균적으로 연간 1만 5천 Km를 주행한다고 한다. 이만한 주행거리를 평균 연비를 15km/L로 계산하면 3만 km의 경우 2,000L, 1만 5천 km의 경우 1,000L를 주유해야 한다. 경유는 리터당 1,200원, 휘발유는 리터당 1,400원으로 계산하면 디젤 차량의 경우 연평균 120~240만 원, 가솔린 차량의 경우 140~280만 원의 연료비가 든다.


5. 기타 부대비용

사실 이 부분은 개인 편차가 심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주차요금, 톨게이트비, 요소수, 엔진오일, 타이어 등 소모품 교체비용, 기타 자질구레한 수리비 등이 꾸준히 소모될 것이다. 톨게이트비만 매달 5만 원으로 책정해도 연간 60만 원이니 다른 비용들이 아무리 들지 않는다고 해도 매년 10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6. 합계

이제 위의 비용들을 합산해보자. 자동차를 보유함으로써 연간 들어가는 비용은, 차량 할부금(60개월 기준) 600만 원 + 자동차 세금 50만 원 + 보험료 150만 원 + 연료비 120만 원~280만 원 + 기타 부대비용 100만 원 = 1,020~1,180만 원으로 계산된다. 이렇게 5년간 자동차를 운용하면 5,100만 원~5,900만 원의 비용이 들고 이제는 중고차값이 1,500만 원 정도로 떨어진 자동차 한 대가 남는다. 남은 중고차값을 제외하고도 5년 동안 3,600~4,400만 원의 손해를 본 것과 같다. 이것이 3,000만 원짜리 신차를 구입해 만족스럽게 5년간 타면서 지불한 기회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 바란다. '당신은 신차의 만족감을 위해 이만한 비용을 지불할 용이가 있는가?'




자동차가 없을 때 발생하는 물적&심적 비용


물론 여기에 아직 계산되지 않은 것이 있다. 자동차가 없었을 때 버스나 전철, 택시, 기차 등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비용이다. 하지만 이 비용은 평균을 내기가 너무 애매하므로 3,600~4,400만 원의 기회비용을 KTX 서울~부산 티켓값으로 환산해보는 것으로 가늠하려 한다. 서울-부산 간 KTX 요금은 일반실 기준으로 48,800원~59,8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21년 1월 기준) 평균요금 54,000원으로 위 비용을 나누어보면 '대략 KTX로 서울-부산을 편도 650~800번 오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5년 동안 4~5일에 한번 꼴로 꾸준히 서울-부산을 KTX로 왕복하는 사람이 아니면 '무조건 손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을 테고, 집과 직장을 오가며 한 달에 한두 번 여행을 떠나는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여기에 계산할 수 없는 비용을 덧붙이자면 이동의 자유나 기다리는 시간 등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족 구성원 수가 많다면 계산은 일부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분명 자동차가 없다면 급히 어딘가를 이동해야 할 때 택시를 부르는 등의 별도의 수고를 해야 할 것이고, 밤늦게 또는 새벽 일찍 이동해야 할 때 버스나 전철 운행시간에 구애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할 것이다. 때로는 원거리를 이동할 때 고속버스나 기차 시간에 맞추어 일정을 계획해야 하거나 교통수단이 마뜩잖은 외진 곳으로 가야 할 때는 몇 가지 교통수단을 번갈아가며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를 구입하려 한다면...


우선 내가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내가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타인의 손때가 묻지 않은 새 차를 운행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기회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통장잔고에 별 볼 일 없는 숫자들만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새어나가는 돈들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단지 3,000만 원 신차를 5년간 타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이 5년 후의 중고차값을 제외하고도 3,600~4,400만 원이다. 만약 차를 2대 운용한다면 여기에 1.5배~2배가 더해질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면 비싼 신차를 포기하고 적절한 중고차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5년간 최소 1,000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만한 돈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점 하나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만약 자동차를 구입하려 한다면 당장 다음 달에 할부금을 얼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 돈을 모으고자 한다면 자동차는 절대 피해야 할 물건이다. 보통 직장을 구하면 남자는 차부터 산다. 그 공식에 사로잡힘으로써 내가 미래의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조금 더 꼼꼼하게 생각해본다면 통장 잔고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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