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이의 등굣길

부모의 마음이란

by 작가 전우형

가방이 아직은 너무나 컸다. 8살. 다 자랐다고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 등굣길엔 그렇게 자기보다 큰 가방과 신발주머니, 우산을 짊어진 1학년생들이 각자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엄마와, 어떤 아이는 할머니와, 그리고 어떤 아이는 아빠와 함께 교문을 향했다. 어떤 아이는 너무 빨라서 엄마가 같이 가자며 뒤를 쫓았고 어떤 아이는 할머니의 손에 질질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걸었다.


나와 막내 아이는 그저 걸었다. 걷다 보면 내가 몇 발자국 앞에 가 있었고 잠시 기다리면 아이가 내게로 왔다. 손을 잡았다가 어느덧 내 손에는 아이의 신발주머니가 쥐어졌다. 약간의 비가 내렸다. 우산을 같이 쓰겠냐는 말에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우산을 펼치자 아이가 사라졌다. 내 옆으로 우산이 걸어갔다. 혼자 저 큰 우산을 짊어진 모양새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뭔가 짠한 웃음. 여전히 작고 어리구나.


이곳 초등학교는 저학년만 전면 등교다. 우리 집에 서식하는 3명의 초등 생명체 중 유일하게 막내만 등굣길을 나선다. 막내가 씻고 밥 먹고 가방을 챙기고 현관을 나설 때까지 형아 누나는 이불을 뒹군다. 막내는 왠지 억울하다. 눈물이 난다. 예전 같으면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썼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집을 나서긴 한다. 그만큼 자란 것이다.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아이는 언제나 그 자리다.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는 예전 사진을 들춰볼 때나 느낄 수 있는 천연기념물 같은 자각이다. 아이의 변화는 더디지만 확실하게 일어난다. 부모가 늙어가는 속도에 비해 아이는 여전히. 삶이 힘에 부친다고 느끼는 건 책임의 무게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의 어깨를 짓누른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특히 처음에는 그렇다. 아이는 너무나 미약하고 부모는 비교적 만능이다. 하지만 늙어가는 부모는 점차 아이에게 기댄다. 아이는 어느덧 부쩍 성장해있고 부모의 속내를 알아보며 깜짝 놀랄 만큼 치명적인 위로를 건넨다.


자라난 키만큼이나 아이와 부모의 눈높이는 비슷해졌고, 간혹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8살 막내도 그렇다. 형, 누나 밑에서 치이고 어리광 부리는 모습만 보다가 홀로 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의 성장을 알 수 있었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과 함께 교문을 들어서는 모습은 조금은 비현실적이었다. 혼자 신발을 갈아 신고 우산을 접고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목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방향을 찾아갔다. 그렇게 학교 건물 속으로 아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아이와 함께 온 길을 혼자서 돌아가는 기분은 조금 덜 신경 쓰였지만 조금 더 허전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