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강화 특별대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국민 여러분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인 방역 동참과 협조에 앞장서야 할 텐데... 문제는 우리 집은 가족만 이미 다섯 명이라 어차피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에 위배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집에만 있어야 하니, 코로나 블루로 멈춰버린 일상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과 조촐한 식사자리를 가졌다.
따뜻하게 데워진 고타츠 위로 레어 한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마트산 소고기와 아이들의 최애 식단인 주먹밥과 바나나, 귤, 그리고 선물 받은 쿠폰으로 집어온 베리믹스 치즈케이크. 잠시 사진을 찍는 사이에도 아이들은 이미 군침을 흘리고 있다. 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던 탓이다.
아내의 석사과정 친구로부터 감귤 한 상자가 배달 오기도 했다. 말씀도 없이 보내주셔서 택배가 잘못 온건 아닌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귤 한 상자.
고민 끝에 연락드린 분께 아내가 들은 한마디는 "누가 보냈든 무슨 상관이야. 도착했으면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지!"였다. 박스에 쓰인 이름답게 참 '이뿌정한' 귤이 도착했다. 이웃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 귤 한 상자. 곱게 깎아 상에도 올렸다.
딸은 초코볼을 선물로 주었다. 센스 있는 메모까지. 고맙다. 겨우 4개 남기고 아빠 다 줘서. 아빠도 팔다리 네 개만 남기게 네게 다 줄게.
크리스마스 캐럴도 울리지 않는 싸늘한 거리를 바라본다. 머라이어 케리의 노랫가사에서처럼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다만 평범한 일상을 기다렸을 뿐.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충분할 만큼 이번 사건을 해결할 시간과 바람들이 쌓이지 못해서 그런 걸까 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게 된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여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언제고 지금의 어려움을 그저 추억의 한 장면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오늘의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어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