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렇구나 하면 될 일
가끔 그냥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때가 있다. 노을이 해의 울부짖음 같고 파랑에서 하양으로 노랑으로 색이 바래가는 하늘이 마치 한참을 두렴과 배고픔에 바들바들 떨다가도 막상 안아주려고 두 팔을 벌리면 뒷걸음질 치는 길고양이처럼 외로워 보여서, 정작 제 갈 길 가는 해가 아니라 내 옆자리가 그토록 시린가 고민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하루의 끝은 비 온 날 시골길 같아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진득한 흙이 무게를 더하고 약간씩 미끄러지며 패인 깊숙한 발자국은 평소 발 사이즈보다 한참 다르게 보여서 분명 내가 걸어온 흔적인데 어쩐지 낯설고 그러한 이질감마저 빗길에 쓸려 내려가고 나면 무명의 길 한가운데 홀로 선 느낌마저 든다.
까짓 미묘한 갑갑증이나 불안 따위 털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실은 너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그렇게 말하며 가던 길 가려는데 질긴 풍선껌처럼 찰싹하고 붙어 아무리 신발 바닥을 보도블록 모서리 따위에 비비고 또 비벼봐도 떨어질 리 없는 이 진득한 원망은 또 무얼까. 그래 봐야 원망의 대상은 서툰 내 손짓뿐인데 나까지 나를 원망하면 그건 또 너무한 것 같고, 그래서 공연히 해는 또 언제 이렇게 짧아졌냐며 허구한 날 잘만 굴러가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 따위에 시비를 걸어보다가 문득 서늘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면 긴 그림자의 끝이 희미하게 시들어가는 중이다.
그래. 넋두리를 늘어놓을 석양도 한 때뿐이구나. 그 잠깐의 낙하를 네가 숨이 붙은 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또한 소중한 인생의 한 장면이고 여전히 사람과 사랑을 나누었다면 그것으로 된 거지 무엇을 더 바랄 게 있을까. 세상이 그러한 것처럼 나도 그 잘난 인정에 목매는 것도 어쩔 수 없다지만 그게 또 나쁠 건 무엇이며 그런 사소한 바람이 오늘따라 너를 약 올린들 실망할 건 또 뭔가. 그저 그렇구나 하면 될 일.
내린 어둠에 세상이 물들면 구름이 하늘의 짙은 그림자 빛을 낸다. 마음의 스위치가 탁 하고 켜지며 시간과 장면이 바뀐다. 미세한 안온함이 센서등처럼 발걸음을 내딛을 공간을 비추면 그제야 날 선 긴장감에 종지부를 찍는다. 힘주어 버틴 모든 순간이 제자리를 찾고 귓가의 바람과 소음마저 임의의 한 점으로 수렴하면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할 모든 준비의 끝. 이제는, 굳이 이어진 시간을 어째서 날짜나 시, 분, 초 따위로 나눠놓았는가와 같은 심오한 질문도 제쳐두고, 인생이 어찌하여 우습고도 슬픈 콩트와 같은지에 대한 고민도 고이 접어 서랍에 밀어 넣어두고, 하루의 수고로 멍든 어깨를 어루만질 무심한 위로를 꺼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