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by 작가 전우형

한 번쯤은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반쪽의 호흡으로도 세상을 품을 수 있었던 단아한 생명체에게. 가쁜 호흡을 내쉬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시달리던 내게 당찬 음성은 말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호흡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그 웃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그는 어느새 사진기를 내게 들이대었는데, 사진 속의 나는 입을 반쯤 열고 마치 예수나 성모 마리아의 현신이라도 만난 듯 보름달처럼 둥그스름한 눈동자로 멈춰 있었다. 그는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늘 앞을 향해 걸었다. 주저앉아있던 내게 손을 내밀던 날, 메마른 땅에 꽃이 피어났으며 나는 이미 그를 따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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