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건 나뿐만은 아니다. 들이마시면 다시 내쉬어야 한다. 그 당연한 호흡마저도 누군가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녀는 나의 숨소리가 너무 잔잔하면 겁이 난다고 했다. 멈춘 듯한 나의 호흡소리가 자신의 숨구멍을 틀어막는 것 같다고 했다. 괜찮다며 그녀를 달래도 그녀는 좀처럼 평온을 되찾지 못했다. 나의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화음에 계속해서 귀가 머문다고 했다. 그녀를 위해 나는 더 깊이 마시고 내쉬기로 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베개를 타고 전달되어 왔다. 어깨와 가슴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일련의 수축과 팽창 과정이 그녀가 잠들었음을 알려주었다. 나도 어서 잠들어야 했지만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녀를 밉지 않게 꼭 안아주었다. 그녀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건 내 전문영역이었다.
그녀가 상실에 눈을 뜬 건 한 사람의 빈자리를 채운 한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포근함과 따뜻함은 사라지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 사소한 위안이 멀어져 버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악몽이 시작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상실에 반응해버리는 것이다. 눈이 스르륵 뜨이고 혼자임을 확인하고 만다. 캄캄한 밤에도 그의 빈자리는 유독 밝은 빛으로 남아 시선을 자극한다. '가버렸구나.' 그녀가 숨소리에 민감한 까닭은 호흡만큼 한 사람의 존재와 부존재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숨소리가 들리는 한 그는 그녀의 옆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숨소리는 사라지고 없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만큼이나 좋은 순간은 수명이 짧았다. 그녀는 그를 기다렸고 그는 그녀를 찾아왔다. 그가 그녀를 찾아온 시간은 무월광의 밤이었다. 달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어둠 속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는 분명 내 앞에 있었다. 왜 밤에만 찾아오는지 묻지 않았다. 그가 있음으로 인해 긴 불면의 밤을 밀어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족했다.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와 연결될 때 그녀는 완전해질 수 있었다. 인연의 뜨개질이 만들어낸 포근한 외투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어둠 속에 빛이 머물렀고 서로의 눈빛은 반짝이는 눈동자를 탐했으며 두 사람의 호흡은 점차로 고요해지며 하나가 되었다. 그의 영혼이 그녀의 영혼을 반주했고 삶의 노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 짧은 충만함이 잃어버렸던 활력을 되찾아주었다.
그의 옆에서 그녀는 깊은 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가 머무른 흔적만이 옆에 남았다. 그의 부존재가 다시 존재로 채워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이 그녀의 의미가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시간이 두려움이라는 가시나무로 포위되었음을 느꼈다. 늘 같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태양처럼 그녀는 어디로 걸어도 그를 기다리는 시간을 멈출 수 없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외로움은 무거워졌고 그의 빈자리에서 몰아치는 냉혹의 소용돌이는 모래폭풍처럼 불어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고독의 사막 한가운데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신기루처럼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릴 때면 그녀는 오히려 발걸음을 머뭇거렸다. 재회의 반가움과 이별의 상실감 중 어느 쪽이 더 무겁게 삶을 짓누를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두려움을 내색했을 때 그는 달빛 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눈동자가 흔들리던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주었다. "영원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아. 너의 기다림이 나를 불러들이고, 하룻밤을 인연으로 채우지. 하지만 가득 찬 수레는 비워야만 해.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네가 나를 기다리는 한 나는 언제고 너를 다시 찾을 거야. 혼자 걸어갈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내게서 멀어져. 그게 우리가 영원히 만날 수 있는 방법이야." 그녀의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이별의 의미를 납득했다고 해서 고통이 희석될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늘 그랬듯 그곳에 없었고, 마른 눈물자국만이 그가 머물렀던 흔적처럼 그녀의 눈가와 베갯잇에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