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한 대가 급히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비상등이 점멸되고 시동이 걸린 자동차에서 20대쯤 되어 보이는야구모자를 눌러쓴 여성이 내리더니 급히 옆 국밥 가게로 달려간다. 그녀는 달리는 와중에도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서 무언가를 확인한다. 잠시 후 그녀는 양손에 두툼한 비닐 주머니를 하나씩 받아 들고 다시 차에 오른다. 그렇게 그녀는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점들과 하나가 된다.
요즘 저런 차들이 자주 보인다. 남녀 할 것 없이 부업 삼아 배달대행에 나서는 모양새다. 차종도 다양하다. 모닝이나 스파크 같은 경차뿐 아니라 그랜저나 벤츠를 몰고 오는 중년도 간혹 눈에 띈다. 어차피 집에서 노는 차를 겸사겸사 쓰는 것이다. 배달앱을 설치해두고 가까운 곳에 주문이 뜨면 부리나케 달려간다. 풍문에는 월 수백 버는 라이더도 있다는 걸 보면 요즘 같은 저임금 시대에 짭짤한 수입이긴 한가보다.
시작은 '연비'였다.
그들의 바쁜 걸음처럼 나 역시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 째 '관성'에 대한 생각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연비'였다. 기름값이 점점 오르고 있었다. 카페까지 편도 15km 거리를 매일 오가려니 기름이 만만찮게 들었다. 어떻게 하면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생각해보면 기름값을 줄이는 원리는 간단하다. 차를 덜 타던가 아니면 연비를 올리던가, 둘 중 하나다. 카페와 집의 물리적 거리가 갑자기 줄어들 순 없으니 차를 덜 타는 건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선택지고 결국 연비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검색해보니 급브레이크나 급발진을 최소화하고 관성을 최대한 이용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엔진 rpm과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2011년식 배기량 1,600cc 휘발유 포르테 차량의 경우 2,000 rpm을 넘어가면 엔진 소음이 커졌다. 순간적으로 엔진이 과도하게 힘을 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끙하고 신음소리가 나는 것처럼. 그때 순간적으로 연비도 낮아지는 것이 보였다. 특히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급격히 올리면 rpm은 순식간에 3,000을 넘어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뒤에는 간헐적으로 액셀을 밟는 것만으로도 속도 유지가 가능했고 rpm도 1,500선을 오락가락했다. 대략 80~90km/h까지는 증속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시작할 당시에 평균 연비는 12.3km/l 였으나 일주일 정도 엔진 회전수에 신경 쓰며 운전한 결과 연비가 13.3km/l까지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달 정도 노력하면 대략 15km/l 안팎에 안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편도 15km 거리를 휘발유 1리터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리터당 가격이 대략 1,600~1,700원 선이니 그 정도면 감당할 수준 아닌가.
연비주행을 하다가 깨달은 것
막상 연비주행을 시도하다가 알게 된 건 단순히 차분하게 운전하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정도는 아니었다. 운전하는 내내 '관성'에 대한 생각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관성(慣性)
우주에서는 마찰이 없으므로 일정한 에너지를 받아 속도가 형성되면 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한 무한히 갈 수 있다.
일정 궤도에만 올려두면 관성을 잃지 않는 한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에도 '관성'이 있다면 그 궤도는 어디쯤일까? 글쓰기에서 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관성은 '관'은 '버릇 관(慣)'자를 쓴다. 버릇은 다른 말로 '습관'을 뜻한다. 버릇처럼, 습관처럼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비로소 글 쓰는 일에도 관성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일주일간의 연비주행에서 대략 60km/h에 도달하면 이후로는 큰 힘이 들지 않았다. 아주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고 또 유지되는 것을 느꼈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유지하기도 올리기도 쉬웠다. 오르막이 보일 때면 미리 조금 속도를 높여두면 추가적인 힘을 거의 실지 않아도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때도 있었다. 예컨대 저속 차량이 앞을 막아선다던가, 교통체증이 있다던가 신호에 걸린다던가 하는 일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도 반복되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치가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가 막히는 시간은 러시아워에 걸쳐있었고 저속차량도 일정 패턴을 갖고 나타났다. 신호는 규칙성이 있어서 같은 길을 반복하다 보면 통상적으로 몇 번의 신호에 어디서 멈춰 서게 되는지 계산이 나왔다.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