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속이 좁은 거야?" 내가 물었다.
그가 답했다.
"뭘 그렇게 신경 쓰고 그래. 그냥 더럽다면 청소하고 지저분하다면 정리해주면 그만이지."
난 그 말에 더 발끈했다.
"아니, 장소 좀 쓰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고. 공간이 원래 넓은 곳도 아닌데. 그럼 거기서 꽃꽂이 수업 몇 시간 한다고 안을 다 비워줘야 한다는 거야?"
그가 피식 웃었다.
"누가 너한테 비워달라고 그랬어? 공간을 빌려달라고 그랬지? 그런데, 공간을 빌려주려면 우선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음속에서 불꽃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게 아니라! 태도를 문제 삼는 거잖아. 태도를. 어떻게 안 치워놨다고 와서 따질 생각을 할 수 있냐고. 아니, 남의 집에 와서 하룻밤만 묵어가겠다는 사람이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다는 둥, 이불이 얇다는 둥, 화장실이 더럽다는 둥 불평을 해대면 그게 정상이야?"
그는 잠깐 말을 비웠다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이, 거기서 자겠다고 했어?"
나는 그를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내가 묵묵히 그 상태를 유지하자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누가 너한테 그렇게 대단한 걸 요구했냐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잖아.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볼 일 없는.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현재 상태로 끝내. 그렇게 자가발전해봐야 속 쓰린 건 너뿐이잖아."
그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화가 나면 차라리 가서 쏘아붙이고 오든가. 당신들 지금 제정신이냐고. 어떻게 빌려 쓰겠다고 온 사람들이, 정리가 안돼 있으면 그냥 알아서 이쪽저쪽으로 밀고 공간을 만들어 쓰면 되지. 뭐가 그렇게 바라는 게 많냐고. 왜 감사할 줄을 모르냐고. 가서 따져. 너 혼자 속에서 낑낑대지 말고."
나는 말했다.
"아니, 내가 말을 못 해서 그러냐고. 그런데 그런 말 다 하고 살면."
그가 말을 끊었다.
"다 하고 살면 뭐? 어떻게, 세상 종말이라도 온대? 내일 당장 아파트 대출금 다 갚으라고 독촉이라도 온대?"
나는 그가 이렇게 말을 자른 게 처음이어서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는 문을 벌컥 열고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내가 말하고 왔어. 세상 그 따위로 살지 말라고. 사람들이 말이야. 감사할 줄도 알고 뭘 따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적반하장으로 아무 생각 없이 떠들어대면 상처받는 사람들 마음도 너희가 책임질 거냐고. 그렇게 소리치고 왔어. 이제 됐지?"
나는 순간 눈앞이 먹먹해졌다. 그가 눈가를 쓰윽 문지르며 내게 말했다.
"그러니까, 웃어. 울지 말고. 상처받지도 말고. 넌 웃을 때가 가장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