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소리가 꼭 아기의 심장소리처럼 들려."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거야?"
"잘 들어봐. 드럼이 회전할 때마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어. 끼익, 끼익 하고."
그는 귀를 기울여보았으나 여전히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글쎄,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눈을 감아 봐."
그는 눈을 감았으나 이내 부루퉁한 얼굴로 일어섰다.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놀리려는 게 아냐. 소리가 참 예뻐서 그래. 함께 듣고 싶을 만큼. 지금은 더 작아졌어. 잠든 아기의 숨소리같이 다소곳하고 가지런한 소리야. 기다려야 들리는 소리도 있어. 별빛처럼, 사람처럼, 소리도 만나려면 시간이 필요해."
그는 못 이기는 척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한동안 눈을 감은 채로 버텼다. 그의 입가에 옅은 웃음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어때? 들려?"
그는 손바닥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멋지고 단아했다. 그는 가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박자를 맞추기도 했다. 그가 드디어 눈을 떴다.
"어땠어?"
"소리와 춤을 춘 느낌이었어. 어쩐지 간격이 맞는달까? 그런데 말이야."
"응?"
"저 소리. 원래 나는 소리 맞아?"
"아니. 기계가 낡아서 나는 소리야. 축이 살짝 휘어졌거나 드럼 한쪽이 비틀어진 거지."
"그렇지? 어쩐지... 뭔가 나면 안 될 소리가 나는 것 같았거든. 그럼 얼른 고쳐야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안심되지 않아?"
"뭐가? 저 소리가?"
나는 그와 눈동자를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었다.
"저런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건 안 좋은 거 아냐? 기계가 깎여나간다는 말이잖아."
"맞아. 하지만 난 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왠지 안심이 돼."
그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가 이런 류의 대화를 즐기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는 성격이 급하기도 했지만 애매한 말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수수께끼 같은 대화가 시작되면 그는 이내 토라져서 화제를 돌려버리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우린 이제 영원히 새것은 될 수 없잖아? 낡은 기계도 저렇게 삐그덕거리면서 돌아갈 수 있는 걸 보면 나도, 우리도 아직은 쓸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
"그리고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잖아? 난 신호라고 생각해. 나 아직 살아있어요. 하고 말하는 신호.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쌍둥이 중 한 아이의 양막에 구멍이 생긴 거야. 산모가 눈치챘을 때 즈음엔 이미 양수가 다 빠져나가버린 뒤였지. 다른 아이라도 무사하려면 어서 그 아이를 꺼내야만 했대. 엄마는 수술대 위에서 일주일을 기다렸어. 아이의 심장소리가 꺼지기만을 기다리며. 그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 것 같아?"
그는 어느새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심장이 뛴다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니까. 아직 살아있는 아이를 억지로 꺼낼 순 없으니까. 엄마는 기다렸어. 아이의 심장소리가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사각형의 좁은 방에서. 그런데 그 아이는 말하고 있었던 거야. 나 아직 살아있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신기하게도 일주일을 그렇게 버틴 아이의 양막에 다시 양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대."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얼굴을 붉혔다. 내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누구에게 들었을지 궁금했을 테지만 그는 다행스럽게도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려주었다.
"나는 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나. 그리고 그 아이는 지금 내 눈앞에 있지. 삐걱거리는 시작이었지만 이렇게 멋진 남자로 성장한 거야. 그래서 나는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 네 가슴에 귀를 대고 있는 것 같아서. 치열하게 그때의 너를 지켜주던 심장소리가 지금 내 곁에 머무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