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무리 잡으려 해도 유유자적 빠져나가는 불나방 같았다. 도전은 그에게 목숨보다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불나방과 그의 다른 점은 불나방은 불꽃의 위험을 모른 채 빠져든다는 것. 하지만 그는 저 앞에서 거무죽죽하고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린 채 기다리는 위험천만한 결과를 매 순간 예감하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심연의 바다는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에게 삶의 의미란 가장 깊은 곳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충족되는 찰나의 꽃향이었다.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심장을 거세게 두드리는 쾌감이 그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쌓일 대로 쌓인 피로의 질량이 거침없이 휴식의 관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그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가 말했다.
"불면증? 그건 한가한 사람들의 불장난 같은 거지. 그 사람들은 멀리 있어서 그게 얼마나 뜨거운지 몰라. 바깥에서 불을 바라보지 말고 불 속에서 너를 태워. 그럼 불면증 따위 느낄 새도 없을걸?"
"하지만 그렇게 태웠다간 너도 남아나지 않을걸?" 내가 말했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닳아 없어질 거야. 늙어가는 속도보다 더 빨리."
미동도 없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시체 같았다.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천천히 오르내리는 등가죽이 그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지만 한 인간의 삶이 이토록 극단적이어도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심해잠수에 집착하는 거야?" 그는 한 번도 그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그는 저변에 깔린 책망이나 걱정, 혹은 한심함 같은 것들을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하든 내가 그를 멈추기 위해 혈안이 되어 그런 질문을 그물처럼 던지고 있을 거란 걸. 나에게 자신의 목적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죽으려고 작정했어?"
"무모하지 않아. 어려운 거지. 실패는 당연한 거야. 그걸 넘어서지 않으면 내일은 없어."
"꼭 너처럼 죽을 둥 살 둥 살지 않아도 눈만 감고 있으면 내일은 와."
"그건 내일이 아냐. 지옥이지."
내가 입을 벌린 채 바라보고만 있자 그가 말했다.
"어차피 넌 몰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데?"
"넌 지금 행복하니?"
"응. 무지."
"그래서 넌 알 수 없다는 거야."
"넌 지금이 행복하지 않아?"
"아니. 나도 지금이 좋아."
"그럼 뭐가 문젠데?"
그는 대답 대신 캐모마일 티 한 잔을 따랐다.
"마셔."
"마시면 뭐가 달라지는데?"
"달라지는 건 없어.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차를 나누었다는 사실만은 남지."
"선택이야, 아니면 강요야?"
"글쎄."
"혹시 이걸 마시면 앞으로 그 쓸데없는 다이빙을 멈출 수도 있는 거야?"
"글쎄."
나는 찻잔을 들어 입술에 갖다 댔다. 그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뭐해? 어서 마시지 않고. 나는 찻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뭐야 정말.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난 분명히 알려줬어. 이제 이해하는 건 네 몫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