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해 여름

그해 여름(20)

20번째 선물

by 작가 전우형

20.


희영은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녀가 물었다.

“돼지바가 좋을까요? 아니면 죠스바가 좋을까요?”

“저는 옥동자가 좋아요.”

“그럼 쌍쌍바 할래요.”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는 못을 박듯 말했다.

“두 개 다 제거예요.”

그녀는 정말로 내가 보는 앞에서 혼자 야금야금 쌍쌍바를 다 먹었다.


그녀가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뭘 고르는 건 참 힘들어요. 그래도 고마워요.”

“뭐가 말이에요?”

“둘 다 아니라는 말이었잖아요. 돼지바도 죠스바도.”

나는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았다. 그녀가 다독이듯 말했다.

“심각해지지 말자고요. 먹어봐야 이밖에 더 썩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선택 장애가 있어요. 싫은 걸 고르라고 하면 천 개도 더 읊을 수 있는데. 뭐가 좋은지는 도통 모르겠어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쌍쌍바를 하나 사서 봉지를 뜯었다. 그녀는 서슴없이 반쪽을 뜯어갔다. 위쪽이 ‘ㄱ’ 자로 뜯겼다. 그녀는 얼른 윗부분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저는 뭘 좋아하는 걸까요? 당신은 어때요? 좋아하는 게 있어요?”

나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손잡이만 튀어나온 반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좋아하는 거라...’


“근데 왜 쌍쌍바 골랐어요? 아깐 옥동자 좋아한다고 해놓곤.”

그건 꽤나 심오한 문제였다.

“거 봐요. 당신도 어렵죠? 복잡하죠? 하지만 의외로 단순할지도 몰라요.”

그녀는 막대기만 남은 반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어보면 돼요. 아까처럼. 그래서 우리의 답은?”


“쌍쌍바.”


그녀는 웃으며 걸어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좋았다.

“혼자서는 답이 없더라고요. 이렇게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답은 나와 있는데. 그렇죠?”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누가 정해주면 좋겠어요. 아무렇게나 넌 이거, 난 이거, 이런 식으로. 그만큼 중요하지도 않아서겠죠? 그런데 왜 이 간단한 일이 힘든 걸까요?”

나는 그녀를 지나쳐갔다. 특별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우리는 위치만 뒤바꾼 채로 다시 걸었다. 나는 뒤로 걸었다. 그녀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걷는 모습이 보였다. 바람이 불었고 그녀는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연신 쓸어 넘겼다.

“조심해요. 뒤에!”

자전거가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며 종을 울렸다. 나는 고개를 숙였고, 자전거는 이미 멀어져 갔다. 덕분에 멈춰 선 꼴이 되었다.


내가 답을 정해주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원하는 대답은 이미 그녀 안에 있을 것이다. 그녀는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그 편하고 가벼운 공기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는 먹어야 산다. 자동차는 기름이 있어야 간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어야 산다. 그런 일에는 기호도 선택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영원’이라는 말이 ‘조금 더 오래’로 치환되어도 좋았다. 우리가 곁에 있다면. 그녀가 내게 말하고 내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다면. 쌍쌍바를 함께 고르고 뺏아 먹을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이에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다리 하나가 놓인 셈이니까. 어느 한쪽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서로의 영토에 닿을 수 있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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