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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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은 너무 바짝 깎아서 끝이 빨갛게 부푼 손으로 화분의 흙을 꼭꼭 눌렀다. 그리고 다른 화분의 가운데를 파낸 뒤 시들어가던 카란코에를 옮겨 심었다. 장미허브 줄기에 뿌리가 돋아났는지 확인한다며 화분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희영은 우두커니 서서 손을 생선 뒤집듯 돌리며 말했다.
“손톱 밑이 까매요.”
희영은 자신의 손을 살펴보고 있었다. 손가락을 쭉 펴서 눈에 가깝게 붙인 뒤 주름 개수라도 세듯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희영은 물티슈를 가늘고 뾰족하게 만들어서 손톱 밑에 넣고 후비기 시작했다. 내게는 그 물티슈에 묻어나는 까만 찌꺼기가 하얀 부분이 거의 없는 희영의 손톱 아래 여리고 붉은 살점에 굳었던 마른 핏가루가 닦여 나온 것처럼 보였다. 나는 희영의 손에서 물티슈를 빼앗았다.
“아프겠어요. 때 끼는 게 싫으면 흙 같은 거 만지지 마요.”
나는 희영의 손에 입김을 불고 부은 손끝을 양손으로 감쌌다. 손바닥에서 축축하고 차갑고 뭉클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따뜻해.”
희영은 눈을 감았다. 나는 공기의 고요한 흐름이 희영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희영의 가슴이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게 보였다.
“고마워요.”
희영은 정중하게, 그러나 망설임 없이 손을 빼냈다. 희영은 손을 몇 차례 쥐었다 폈다 하며 천천히 점검했다.
“이제 괜찮아요.”
나는 손바닥에서 아직 느껴지는 냉기의 일부를 슥슥 닦아내며 묘한 아쉬움을 달랬다.
희영은 창가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걷었다. 늦은 오후의 길고 따스한 빛이 흘러들어왔다. 희영은 전등을 끄고 작은 화분들을 그림자가 없는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커다란 화분들은 방향을 돌려주었다.
“이래야 한쪽으로 기울지 않아요.”
나는 희영을 따라 덜 자란 쪽이 해를 보도록 돌렸다. 희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이마를 훔쳤다. 타는 듯한 붉은빛이 희영의 얼굴로 떨어졌다. 희영은 눈을 거의 감고 손날을 수평으로 세워 눈썹 위를 가렸다. 미간을 설핏 찌푸렸으나 해를 마주 본 채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희영의 입가가 슬며시 벌어지며 눈을 흘겼다.
“닳겠어요. 그만 봐요.”
나는 끄덕이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다육식물들이 포복하듯 줄기와 잎을 내밀며 해가 드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듯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