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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Feb 10. 2023

고마워

한걸음 또 한걸음 심장소리에 맞춰

메마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너를 떠올리며

양손으로 뜨거운 컵을 감싸 쥐던 너를 떠올리며

잠들지 못한 밤과

하얗게 탈색된 시간을 헤아려보았어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나란히 두고

우리의 현재를 짚어보았어

네가 서있을 장소와 네가 만날 사람들

네가 하고 있을 고민과 너의 호흡

그리고 손짓 하나하나까지

마치 그 흉내가 내가 해야 할 전부인 것처럼

얇은 종이 하나를 덧대고 너를 따라 그렸어


가슴속 가장 커다란 기관에 구멍이 났고

그곳으로 눈물이 자꾸 새어나가서

자주 어지럽고 멍해지고

많은 것들을 잊게 되나 봐


마음이 고장 나서 손으로 쓸 수밖에 없는 나를

머리가 고장 나서 종이에 수밖에 없는 나를

자주 들여다봐줘서


고마워


나와 얘기를 나눠줘서

너를 기억할 수 있게 해 줘서

함께 울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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