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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Mar 17. 2023

열꽃

어머니께 듣기로

나는 병치례가 잦았다고 한다

아팠다 하면 열이 39도 40도까지 올라서

혼비백산하며 응급실로 달려갔다고


어머니는 배앓이로 입원한

손녀딸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씀해 주셨다


한 번은 너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는데

자주 보던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오늘은 평소보다 시원하네요, 하고 재었을 때

체온이 38.7도였다고


어른이 되고도

그 어렵다던 사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도

나는 종종 열이 끝을 모르고 치솟았지만


세 시간이면 다시 오르는 해열제를

군의관에게 꼬박꼬박 받아가며

무던히도 버텼다


힘들어도 너 한 사람 몫은 해낼 수 있어야

그게 어른이란다,


같이 열꽃 핀 얼굴로

더운 숨을 내쉬면서도

밤새 젖은 수건을 갈며 나를 다독이던

가끔 잠에서 깰 때마다 여지없이 마주치던

어머니의 강인하고 끈기 있는 눈을 떠올리면


그 순간 열꽃 핀 내 얼굴을

찬물로 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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