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듣기로
나는 병치례가 잦았다고 한다
아팠다 하면 열이 39도 40도까지 올라서
혼비백산하며 응급실로 달려갔다고
어머니는 배앓이로 입원한
손녀딸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씀해 주셨다
한 번은 너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는데
자주 보던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오늘은 평소보다 시원하네요, 하고 재었을 때
체온이 38.7도였다고
어른이 되고도
그 어렵다던 사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도
나는 종종 열이 끝을 모르고 치솟았지만
세 시간이면 다시 오르는 해열제를
군의관에게 꼬박꼬박 받아가며
무던히도 버텼다
힘들어도 너 한 사람 몫은 해낼 수 있어야
그게 어른이란다,
같이 열꽃 핀 얼굴로
더운 숨을 내쉬면서도
밤새 젖은 수건을 갈며 나를 다독이던
가끔 잠에서 깰 때마다 여지없이 마주치던
어머니의 강인하고 끈기 있는 눈을 떠올리면
그 순간 열꽃 핀 내 얼굴을
찬물로 씻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