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의 부정적 측면

결혼생활은 힘들어 보이지만, 누군가와 같이 사는 건 원래 힘들었다.

by 작가 전우형

삼십 대 후반의 나와 아내는 세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17년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부침도 있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아직 인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끈끈한 유대와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당시 우리 부부는 고작 24살이었고 사회경험도 일천했다.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사랑 하나만으로 무작정 결혼할 수 있었다. 결혼에 '적령기'는 없지만 평균결혼연령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고, 결혼에 대한 관점 역시 급변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 외치는 이도 있고, 계산기를 잘 두드려야 후회하지 않는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결혼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결혼은 중요한 '선택'이다. 선택의 과정에서 결혼의 부정적 측면을 확대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의 부정적 측면을 살펴보고 극복방안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결혼의 부정적 측면 3가지



1. 개인적 자유의 침해


타인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상황은 불편함을 야기한다. 수면시간, 생활패턴, 정리습관 등으로 휴식의 방해를 받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식, 선호 채널, 여가선용방식 등의 차이도 있다. 투자, 저축, 지출 등 금전관리에 대한 의견 차이, 집안일의 분배방식 등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휴일에 여행을 떠날지, 집에서 쉴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다. 두 사람이 하나의 공간에서 24시간 함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일 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일들을 결혼 후에는 끊임없이 조정하고 맞춰나가야 한다.



2. 부담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인간관계, 처가와 시댁


결혼은 부부가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만든다. 부부이기 이전에 두 사람은 누군가의 딸이거나 아들이었다. 시댁, 처가, 친구관계 등 결혼 이전의 관계가 여전히 남아있다. 결혼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시댁'이다. '시월드'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고부갈등은 유부녀들의 오래된 대화 주제다.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고부갈등의 양상도 변화되고 있다. 핵가족화되어 구박하는 시누이들도 없고, 명절에도 오히려 찾아오지 말고 부부끼리 여행이나 가라고 하는 부모님들도 많다. 차례나 제사 준비도 간소화되거나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시어머니들이라고 해서 며느리를 구박하거나 남편을 싸고돌며 차별하는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아들에게 집안일 잘 분배해서 하라며 다그칠 정도다. 시댁을 찾아오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너희 두 사람이나 잘 지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부갈등이나 시월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부부관계의 갈등요소로 남아있다.


맥락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공감'이다. 공감은 사람을 편파적으로 만든다. 엄마는 아이에 대한 깊은 공감능력으로 말미암아 편파적인 태도를 취하기 쉽다. 시어머니들이 무의식적으로 며느리가 섭섭하게 느낄만한 말이나 행동, 뉘앙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두번째는 시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남이라는 사실이다. 결혼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가까운 관계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간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 냉정하게 말해 배우자의 엄마일 뿐 나에게는 완연한 타인이다. 세대차이도 존재한다. 자칫하면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라떼'나 '꼰대'로 느껴지기 딱 알맞은 상대다.


생활양식, 가치관, 은연 중에 느껴지는 편파적 태도까지. 단지 남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심리적 거리가 분명한 시어머니와 갑자기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어머니가 보내는 선물이나 반찬거리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때때로 거절하기 힘든 호의는 부담으료 여겨지기도 한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이 아내들로 하여금 시댁과의 거리감을 크고 불편한 것으로 느끼게 한다. 자연스럽게 시댁을 방문하거나, 시부모를 대하는 일은 하나의 '과제'로 여겨진다. 현명한 아내들은 이런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시댁과의 관계도 원활히 가져가지만, 어느정도 감정노동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억눌린 감정들은 사소한 갈등이나 말투, 그와 별개의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며, 이것이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과 갈등 그리고 자질구레한 문제들.


출산과 육아 또한 결혼의 부정적 측면으로 주목받는 요소 중 하나다. 아이 한 명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요즘은 출산과 양육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 추세다. 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인들 역시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문화적, 사회적, 또는 개인적 압박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결혼 후 수 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는 부부들은 은연 중에 두 사람 사이에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을 느낀다. 이런 시선은 누군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본인들 스스로 느끼기도 한다.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죄의식같은 것이 은연 중에 존재하는 까닭이다.


출산을 원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에게는, 원인이 누구인가의 문제가 갈등이 되기도 한다.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DINK(Double Income No Kids)도 등장했지만, 종종 그런 마음은 변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가 원한다고 해서 오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지 않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출산에 대한 문제는 종종 부부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족계획이 있다면 피임은 필수다. 하지만 피임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던 임신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낙태에 대한 윤리적 관점이나 심리적 장벽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낙태는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이런 여타의 상황이 부부간의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출산은 생물학적 한계로 인해 남자들은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다. 10개월의 임신기간은 독특하고도 힘든 기간이다. 남편은 출산과정에 있어 주변인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남편이 아내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결국 임신과 출산에 한해서는 여성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남성보다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출산과 육아는 여성들에게 있어 커리어를 쌓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워킹맘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왔다. 남편은 아이를 원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감당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고된 출산의 과정을 고스란히 감당해내야 하는 주체는 아내이며, 육아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남편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결혼의 부정적 측면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부부들이 토로하는 이혼의 이유처럼, 결혼은 무수한 갈등과 불편함, 자유로운 삶을 제한하는 일종의 재앙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기혼자들로부터 결혼에 대한 무수한 괴담을 들으며 사람들은 비혼주의자로 돌아서거나, 결혼은 하더라도 출산은 않겠다고 결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결혼'이라는 시스템은 도태되지 않고 남아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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