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의 쟁점, 4대 의료정책

by 작가 전우형

정부에서 공공 의대와 의대 정원 확충을 꺼낸 배경에는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도시와 지방간의 의료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공공 의대를 통해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의 지역보건의를 양성하여 현재 의사들이 부족한 기피과와 지방의료에 의무적으로 근무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공공 의대에서 교육받는 의사들은 나라에서 교육을 책임져주는 대신 의무적으로 10년 동안 기피과와 지역 병원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많은 의사들이 이 정책을 통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번 집단 휴진사태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기피과는 어렵고 큰 수술을 담당해야 하고 부담도 크기 때문에 초보 의사 몇 명 대려다 둔다고 해서 절대 제대로 된 의료 행위를 담당할 수 없다. 협진도 필요하고 정밀 의료장비를 다룰 인력 등 의료인프라가 필요하다. 더불어 10년을 의무적으로 지방근무를 시킨다 해도 그 기간 중 절반은 전공의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 경력으로는 한 사람의 의사 몫을 하지도 못한다. 공공 의대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도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을 지방에 의무 배치해봐야 의료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데 쓸 돈 있으면 수가를 정상적으로 책정하고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의료시스템을 더욱 내실 있게 만드는데 써라. 무엇보다도, 이미 너무나 의료서비스가 잘 이뤄지고 있는데 왜 굳이 의사인력을 더 뽑으려고 하는 것이냐? 이것은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점수를 얻기 위한 정치행위에 불과하다.



'수가'는 이미 꾸준히 상승되어오고 있었다.


여기에서도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수가'다. 수가에 대한 내용은 위에 다루었으니 넘어가겠다. 다만 수가 인상은 지금도 꾸준히 이루어져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보건복지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오면서 수가는 평균 2.29% 인상되었고, 그에 따라 추가 소요재정은 1조 478억 원이 필요했다. 2021년도 역시 평균 1.99%가 상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작년에도 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올해 역시 대한의사협회와의 인상안은 협상이 결렬된 상태라고 한다. 인상률이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다고 여긴 듯하다. 하지만 수가 상향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기피과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얼마만큼 인상할 것인가의 의견 차이는 없어질 수가 없다. 그것을 체감하는 정도에 대해 조정하는 공급자와 수급자 간의 입장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수가 결정과 인상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정도, 서비스 제공자의 소득, 물가상승률 같은 경제지표 등을 토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진행한다. 수가 인상은 건정심에서 심의해 최종 결정되지만, 수가인상률은 각 가입자단체와 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의료수가는 사용자들에게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되고,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재정 부담으로 연결되는 만큼 각 단체 간 치열한 협상이 진행된다.(출처 : 시사상식사전)


수가를 책정하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이다. 의협은 건강보험공단에 어떤 수가가 어떻게 부족한지,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의견을 제시하고 정상화할 부분이 있다면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가 수가를 올리라고 하면 수가가 그냥 막 올라가는 성질의 것은 아닌 듯하다. 더불어 수가는 덧붙인 내용에서 보듯,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된다. 만약 건보료 인상을 막으려면, 의료행위 항목별로 수가를 올리거나 낮추는 등의 과정이 필요할 텐데 아마 이 부분은 의사들 각자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테니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수가를 올리는 것이 지방과의 의료격차를 줄이는 것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솔직히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수가가 올라가면 서울에 있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서 일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가 이미 최상이다. 그러니 지역격차 운운하는 것은 한국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다?


의사측 의견에 찬성하는 발언을 하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는 이미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지방의 의료 수준 역시 도시와 격차가 있다 할지라는 외국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좋은 수준이라 말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국민들이 배가 불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이 말은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고유한 특성을 겨냥한다. 이미 잘 살면서도 왜 그렇게 만족하지 못할까? 외국을 빗대어 우리나라의 수준을 설명하자면, 무엇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IT 강국인 한국의 인프라 수준은 타국에 비해 엄청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그 인프라에 익숙해져 있고, 인간은 그 안에서 또 다른 불만요소가 발생한다. 다른 나라에는 인터넷이 개통된 곳도 부족하고 인터넷 속도도 현저히 느리다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에서 느끼는 것과 하등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살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은 바로 '상대적 박탈감'에서 온다. 상대적 박탈감은 멀리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로부터 느끼지 않는다. 당장 옆에 사는 사람, 또는 뉴스에서 늘 보는 사람, 그리고 지방 사람의 경우에는 도시 사람을 보며 그런 것들을 느낀다. OECD 국가 중에서 병원을 이용하는 횟수가 가장 높고, 대기시간이 가장 짧으며, 예약하지 않고도 병원에 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현실이 아니다. 그런 발상은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다른 나라 사람이 받는 돈에 비해 현저히 높으니 쓸데없이 더 높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만족하고 살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30,000 vs 4,000


중요한 것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조금 더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것을 위해서 10년 동안 4,000명이라는, 13만 명이나 되는 현직 의사 수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인원을 더 뽑아서 현직 의사들이 도저히 자발적으로 가지 않는 지방에 근무시키겠다는 것이 정책의 골자다. 심지어 공공 의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다고 하니 실제로 전체 의대 정원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미미한 수준이다. '수가'에 대한 입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다른 방법도 써보겠다는 것이 그리도 반대할 일인지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았다. 공공 의대 출신 의사들이 만병통치약을 팔며 무자격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정책에 대해 무조건 그들이 양성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약'이다. 더불어 수가를 올려주고 대우를 잘해주면 지방으로 가서 근무할 것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의사들 중 서울을 떠나 지방에 터 잡기 위해 이삿짐을 꾸릴 의사가 과연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수가' 올려주면, 의사들이 자진해서 지방으로 내려갈 것인가?


이미 지방의 의료 인프라는 충분하며 초보에다 질 떨어질지 모르는 의사 몇 명 더 보낸다고 해서 지방 의료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생각도 이해는 간다. 차라리 그 의사들 키울 돈을 가지고 이미 있는 시설들이나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그들의 생각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결국은 의사가 수도권을 떠날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그곳의 공공의료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말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사들이 가려고 해도 가족의 반대로 내려가지 못하지 않을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더불어 배우자 역시 평범한 소시민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들이 편안하고 재미난 수도권 생활을 뒤로 하고 지방으로 내려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율적으로 지방을 선택할 사람들이 많았다면 현재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 말 목포의료원에서는 연봉 3억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었고, 최근 한 지방 의료원에서는 의사 뽑기가 어려워 연봉 5억 3천만 원에 계약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외국은 며칠씩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는 반면에, 겨우 수십 분에서 수시간 기다리고 예약조차 하지 않고도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쇼핑천국인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복에 겨워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만족하며 살지 못한다.




시작은 의사들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시작은, 의사들 파업 소식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의사들을 비판부터 하게 되는 나를 반성하며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보려 한 것이었다. 코로나로 의사들이 파업하지 못할 것을 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하필 지금 이 위중한 시기에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음모론적 이야기도 들었기에 무엇이 사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며 대구 경북 지역에 병상부족 등 공공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정책 추진이 동력을 얻었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거나 이번 상황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일부러 유명 의사 유튜버들의 방송들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논조를 띤 방송과 글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들어보았다. 그것을 통해 수가 정상화 문제, 기피과가 처한 현실, 지역 공공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등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알게 된 것은 의사들이 주장하는 '수가' 문제는 정부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과, 앞으로 추진하려는 4대 의료정책이 수가를 올리는 것과 배타적이지 않은 정책이라는 개인적 판단이었다. 한편으로는 의사의 임금 수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 부족하기만 하다는 의료수가들 중 어떤 항목들은 터무니없이 간단한 진료를 통해서도 얻어진다는 사실, 문재인 케어가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많은 부분 돌림으로써 건강보험공단의 심사를 받을 내용이 늘어났다는 사실 등도 있었다. 정부 시책에 대한 비판만을 하며 공감할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데는 솔직히 실망도 컸다.


의사들은 1,300만 원에 달하는 평균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며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자신들은 무척 오랜 기간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생명을 다루는 위험부담이 큰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그만한 보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대로된 의사는 오로지 자신들 뿐이다. 제대로 된 교육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공공의대를 통해 양성되는 의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명의가 될 수 없다. 이미 최고의 의사들이 있고 그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쓸데없는 세금 낭비 말고 수가나 정상화하라.




나는 물론 의사들이 하는 일이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일부 의사들은 중증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거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정말 어렵고 위급한 환자들과 싸우며 고생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그토록 어렵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의사가 통상 직장 노동자들이 4달 이상 벌어야 하는 돈을 평균적으로 한 달에 받는 것이 당연한지 의구심도 든다. 세상에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 의사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군인, 소방관, 경찰관의 근무환경도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같은 의료계에서 일하는 의료인인 약사의 두배, 간호사의 4배의 임금을 받는 것은 의사로서 누려야 할 고생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엄청난 임금이 병원 운영비에 포함됨으로써 수가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원가'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해보려 시작한 일이, 이걸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반대하는지 더 이해하기 어렵게 될 줄은 몰랐다. 언론에서 또 일방적으로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는 것일거라 생각했다. 코로나로 엄중한 위기 상황에 의사'선생님' 소리 듣는 분들이 환자 곁을 떠나 집단행동까지 한 걸 보면 드러나지 않은 절박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의문을 해소하고 균형된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초기에 가졌던 목표는 일단 실패로 끝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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