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기에도 복귀시킬 수 없는 민간의사를 보며
코로나 위기에도 의료진을 진료현장으로 복귀시킬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며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을 오히려 절감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공재' 논란은 나도 익히 들었다. 의료법에 위급상황 시 진료현장에 복귀토록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있지만, 그래도 민간의사에게 공공재라니. 코로나 시기에 더 많은 수고를 해준 의료인들에게 분명 적합하지 않은 어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극단적 진단휴진사태를 발생시킨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다만 의료행위가 국민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된 '공공성'이 매우 강한 분야라는 인식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제도의 수가 통제를 받고, 건강보험료를 대부분의 국민이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앞서 순천향대 교수님의 발언에서 이미 민간의사들이 공공의료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었다. 이미 공공의료를 행하고 있는데 공공의료인력을 확충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주장이었다. 민간의사가 건강보험제도의 수가 통제를 받기에 공공의료형태를 띤다고 볼 수 있지만, 당장 그들을 지방의 필요한 지역으로 보낼 수도, 기피과에 강제 배분할 수도, 지금처럼 코로나로 위급한 시기에 근무를 재개시킬 수도 없는 것이 현재 민간의사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현실'이다. 이렇게 집단으로 환자 곁을 떠나버리면 정부나 국민은 다른 방법이 없다. 5천만 국민 중 13만에 불과한 의사들의 목소리 하나에 국가전체의 의료시스템이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국내 어떤 단체가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부 장관, 여당 대표가 나서 중재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민간의사가 유일무이한 의료독과점의 형태를 갖게 된것이 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의료접근성이 좋고 인당 연평균 진료 횟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의사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의료인력의 지역 간 불균형이 있는 것도 병백한 사실이다. 의료접근성이 좋은 것이 의사수가 충분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수가가 정상화 되더라도 기피과 전공이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라는 주장도 그리 현실성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2009년부터 수백억의 예산을 책정해 기피과 수가 조정을 해왔다는 보도도 있다. 더불어 매년 수가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 협상 시 평균 2%에 가까운 수가인상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건복지부 설명자료도 보았다. 수가 1%를 올리려면 1조원에 육박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수가를 올리는 게 의사들 주장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가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함에도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온 현실이 존재한다. 수가만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의사측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해보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비를 추가 지원해서 기피과 인력을 양성해보겠다는 보조정책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만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추가적인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는 것이 정책과 법안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무다.
지방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대폭 늘려서 유인책을 만들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방에서 더 높은 연봉으로 유인하는 방식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연봉 수억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지방병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 구인 앱 '초빙닷컴'에 NET로 명시된 의사들의 '세후' 월급 조건은 1,800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세후 1,800만 원. 통상 임금을 세전으로 판단하므로, 세전으로 계산하면 2억 후반대의 연봉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처우를 개선한다 해도 의사들을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유인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서 지방의료 불균형을 위해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한다는 대안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개인적인 결론이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무조건적인 정책 철회를 외치고 있다면 정부의 입장에 이견이 있어 반대한다기보다,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사 집단휴진의 명분은 상실했다고 본다. 의사측에서 주장하는 대안 중 이미 진행 중인 내용들도 있었고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비판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비난하고싶지는 않다. 다만 정부정책을 전면적으로 '철회'하라는 주장은 다소 지나쳐보인다. 의협은 의사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모양새다. 이익집단 하나의 목소리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철회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거쳐 협상 테이블로 나왔고, 모든 가능성을 놓고 논의해보자라고 하는데 '원점'과 '철회'라는 단어만 고집하는 태도만 보인다면, 이것은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셜 라이브에서 순천향대 교수가 한 말이 떠오른다. "먼저 싸움을 건 것은 정부거든요?" 그런 것 같다. 이것은 이미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정부와 의사 사이의 파워게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파워게임에서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이번 집단휴진을 통해 의사들의 권력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미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본다. 한 집단의 파업에 정부가 저자세로 나오는 상황을 지켜보며, 의사의 존재감을 실감했다. 그러나 어떤 협상에도 마지노선은 존재한다고 본다. 정부가 의료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는 있지만, 의사 주장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는 의료'기술'의 전문가지 의료시스템이나 의료정책의 전문가는 아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싶다면 의료인 신분이 아니라 행정가나 국회의원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것이 맞다. 막상 그 자리에 가보면 정책이 입맛대로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필드 선수와 감독의 시야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대전협(대한전공의협회)이 밀어붙이는 모양새는 재차 생각해도 지나쳐보인다. 더 이상의 진료거부를 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의사가 국민의 생명, 국가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극단적 집단이기주의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 외에는 없다. 정부가 이 이상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떼쓰는 것을 들어주는데도 상식선은 존재한다. 의사가 국민의 전부는 아니다. 의료정책은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며 의사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은 아닐 것이다. 의대 정원 증가 문제가 의사의 '허락'을 득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양보하고 협상하자는 정부의 노력은 충분히 보여준 듯하다. 나머지는 의사들의 현실 자각에 달렸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