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4월은
봄비 적신 초록 커튼 같아서
창가에 서면 사르르
쏟아지는 향기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바람
때로는 구름
그 아래 먼 길 가던 뒷모습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 떼지 못하던 나는
떨어진 꽃잎 끝에 시선 둔 채
너를 바라고 있다
그리움은 계절을 맴도는지
시들고 피어나는 꽃잎 따라
켜켜이 쌓인 기억 흔들고
감았던 눈 뜨면
부재의 걸음
내딛던 발자국
빈 터로 뻗은 손
마주한 봄의 인사
도르르 떨어진 빗방울
쓱 문질러 닦으면
볼에도 손등에도 하얀 길이 남는다
4월은 그렇게 봄 다녀갈 길 비추고
나는 그렇게 멀어져 가던 길
소식 없는 너를
초록 커튼 드리운 창가에 서서
귀 기울여 듣는다
곰곰이
차마 들추어보지 못한 채
거기 숨었을 발자국 소리를
봄비의 웃음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