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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서면

by 작가 전우형

4월은

봄비 적신 초록 커튼 같아서

창가에 서면 사르르

쏟아지는 향기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바람

때로는 구름

그 아래 먼 길 가던 뒷모습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 떼지 못하던 나는

떨어진 꽃잎 끝에 시선 둔 채

너를 바라고 있다


그리움은 계절을 맴도는지

시들고 피어나는 꽃잎 따라

켜켜이 쌓인 기억 흔들고

감았던 눈 뜨면

부재의 걸음

내딛던 발자국

빈 터로 뻗은 손

마주한 봄의 인사

도르르 떨어진 빗방울

쓱 문질러 닦으면

볼에도 손등에도 하얀 길이 남는다


4월은 그렇게 봄 다녀갈 길 비추고

나는 그렇게 멀어져 가던 길

소식 없는 너를

초록 커튼 드리운 창가에 서서

귀 기울여 듣는다


곰곰이

차마 들추어보지 못한 채

거기 숨었을 발자국 소리를

봄비의 웃음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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