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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앞에서

by 작가 전우형

조롱조롱 새들이 울고

밤바다 위 바람소리가 파도를 칠 때

먼 기억 아스라이 수평선 너머로

여명처럼 피어오르다 지고

나는 먹먹한 두 눈을 감네


그제야 빛을 보았네

황혼을 비추던

꿈결 같은 빛무리 하나를

닫힌 꿈 너머 현실을 비추던

오랜 기억의 빛은

눈을 감을 때 비로소 선명해서

나는 눈을 뜰 수도

감을 수도 없었네


걸음이 휘청거리던 밤

새 한 마리 지저귀었지

소리 따라 한걸음 또 한걸음

옮기다 보니

길고 긴 밤 하나가 지나있었네


이제는 새벽 앞에서

창호지 같은 공기를 덮고

잠을 청하네

더 이상 내려앉을 곳 없는

가슴 안고서


그러나 그대 평안하시오

먼 데서 들리는 기도

마음의 풀섶을 스쳐

끝에 맺힌 이슬 도르르

걷는 이의 발끝 적시니

행여 젖지 않게

한데 궂은 자리

잘 비켜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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