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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잤어요

에세이

by 작가 전우형

잠을 잤어요. 끝없는 잠을. 잠들면 모두 잊을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거든요. 나는 헌 옷이 된 기분이에요.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렸고 이제 젖고 냄새나는 나는 쓰레기통에 던져졌어요. 맞아요. 이건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나는 이제 헌 옷이 된 사랑을 깨끗하게 빨아 다림질해 입으려고 해요. 사랑은 잊히지 않죠. 아무리 잠을 자고 또 자도 사랑은 잊히지 않아요. 그래요. 그런 거예요. 다만 헌 옷이 된 사랑도 헐벗은 내 영혼을 가리기에 충분하단걸 믿고 다시 잠을 청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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