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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파

에세이

by 작가 전우형

안성천은 백파가 일었고 색 또한 거무죽죽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이었다. 연두로 물든 수국 사이를 걸었다. 내리막 같던 시간은 이제 없다. 찬찬히 힘주어 걷는다. 계절은 가면우울증을 앓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건 오르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람은 말한다. 몸을 움직이라고. 어서, 더 경쾌하게. 생각이 마비될 때까지. 덜컥, 모래시계가 뒤집어지고. 하루인지 일 년인지 모를 시간이 한걸음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기를 원한다면.


표지. 한강, '파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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