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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둔다는 건

에세이

by 작가 전우형

행복하자는 주문 같은 거 하지 않기로 했지. 하지만 가끔 누군가 나 대신 나의 행복을 빌어주었으면 했어. 그건 흔해 빠진 네잎클로버 같은 거야. 행운인지 행복인지 하는 의미들과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는 네잎클로버란 어디에나 있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둔다는 건 그런 거야. 있었던 일들을 함부로 잊지 않는 것. 행복이란 그렇다면 행복했던 일들을 함부로 잊지 않는 것. 잊히면 잊히는 대로 소중히 그것들을 간직하다 놓아주는 것. 잎이, 꽃이, 열매가 떨어진 다음에도 어딘가로 이어진다는 말은 틀렸어. 그저 그 어딘가에서 새 생명이 돋아나지만 연결돼 있진 않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거창한 구호 없이도 우린 누군가를 꽃피우고 우리의 삶을 살며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지. 하지만 행복이란 내가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되지 않아도 그걸 기억해 내는데서 새로운 희망을 얻는 일인지도 몰라. 행복하지 못한 나를 발견하지 않으려 했지. 애써 외면하다 보니 찾아온 사랑도 바람에 날려 보내고 말았구나. 마음에 담아둔다는 건 그런 거야. 있었던 일들을 함부로 잊지 않는 것. 그렇다면 사랑이란 사랑했던 일들을 함부로 잊지 않는 것. 잊히면 잊히는 대로 소중히 그것들을 간직하다 놓아주는 일. 그러니 사랑받고 싶다는 주문 같은 것도 하지 않기로.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해도 우린 충분히,

서로를 사랑할 수 있으니.


※ 표지 : 성혜령, '원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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