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깊은 공허가 찾아올 때
마음의 깊이를 재곤 합니다
방법을 고민하다가
심장의 크기를 찾아보니
자신의 주먹 크기 정도라고 합니다
주먹을 쥐어 봅니다
고작 이만큼인데
하루가 텅 빈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주먹을 펴서 가슴에 대어봅니다
아침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아주 세찬 비였습니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섰습니다
수염이 또 자랐습니다
세상은 여지없이 굴러갑니다
세상이라는 버스 안에서
빠르게 멀어져 가는
나를 봅니다
※ 표지 : 김영하, '단 한 번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