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트레퍼드에서 맨유를 '맨붕'시키다

손흥민 선수, 부상 복귀전에서 2골 1도움 맹활약, 팀 6대1 승리 견인

by 작가 전우형

몇일 전 뉴캐슬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전반전만 출전하고 교체되었다. 당시에는 스코어도 1:0으로 앞서고 있고 경기도 연달아 예정되어 있어 체력안배 차원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햄스트링 부상이라니. 일단 햄스트링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햄스트링 부상이 무서운 이유는 축구선수에게 이 부위가 가진 중요성 때문이다.

햄스트링 :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로, 동작을 멈추거나 속도 감속 또는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출처 : 시사상식사전)

손흥민 선수처럼 빠른 속도와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에게 햄스트링 부상은 자칫 치명적일 수 있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 좋은 일에는 탈도 많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 두 경기에서 6골 1도움이라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손흥민 선수였기에, 부상만 없길, 지금의 경기감각을 유지하기만을 바랬었는데 이 중요한 시점에 부상이라니.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은 경기는 거의 다 이긴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손흥민 선수의 활약이 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팀이었다. 마치 그것을 증명하듯 손흥민 선수가 전반을 마치고 교체된 뒤, 뉴캐슬전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되어버렸다. 물론 이 무승부를 만든 건 현 EPL 핸드볼 규정이 가진 문제점 때문이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도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에 대한 말을 아꼈다. 감독들이 말을 아끼는 경우는 주로 두가지 경우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정말 경기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한심했을 때, 또 하나는 굉장한 분노를 꾹 누르고 있을 때다. 무리뉴의 당시 경기 인터뷰는 후자로 보였다. 경기 결과에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이미 끝난 경기로 EPL 핸드볼 규정을 따져봐야 버스는 이미 떠났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후반 루즈타임의 핸드볼파울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고 결국 토트넘은 리그에서 승점 3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다소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햄스트링 부상 소식이 들리면서 손흥민 선수를 적어도 10월 중순까지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추석즈음해서 그의 복귀시점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앞서 유로파리그 및 카라바오컵 2경기는 결장이 불가피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4차전 경기에는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낭보였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조차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그의 출전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었다.


오늘(10월 5일) 새벽에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결국 손흥민 선수의 얼굴을 필드에서 볼 수 있었다. 6대 1 대승.

201005 맨유 vs 토트넘 결과.jpg

처음에는 경기결과를 잘못본건가 했다. 맨유 홈 구장 올드 트레퍼드가 어떤 곳이던가. 잘하면 트레블, 못하면 리그 우승이었던 전통 강호와의 경기에서 6대 1은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물론 퍼거슨 감독의 장기집권 후 은퇴로 맨유가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긴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간다는 말처럼 여전히 맨유는 리그 상위를 지키는 전통강호팀이다. 그런 팀과의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는 부상 복귀전에서 또 다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쯤되면 미친 활약이라 할만하다.


선제골은 맨유에서 먼저 터트렸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PK골이었다. 하지만 단 2분만에 만회골을 넣고, 이어 손흥민 선수가 내리 3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1대1 상황에서 손흥민 선수의 골로 2대 1이 되었고, 손흥민 선수의 도움을 받은 해리케인 선수가 골을 넣어 3대 1이 되었으며 이어 6분 후 손흥민 선수의 골로 4대 1의 상황이 되었다. 팀 승리를 하드케리한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 이견이 나올 수가 없다.


골의 질도 남달랐다. 5대2 대승을 거두었던 리그 2차전, 사우샘프턴전에서 4골이 송곳니처럼 골망에 틀어박힌 골이었다면, 이번 맨유전의 2골은 그의 골 감각을 보여주는 센스만점의 슛이었다. 2골 모두 수비수 2~3명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골키퍼 사이의 작은 틈 사이로 밀어넣었다. 사우샘프턴전에서 슈팅 4개에 4득점, 이번 경기에서도 슈팅 2개에 2득점이었다. 손흥민 선수의 골 결정력과 골이 필요한 순간이 탁 하고 터트릴 수 있는 승부사적 기질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 수 있다.

201005 맨유 vs 토트넘 선수별 기록.jpg

이런 미친 활약으로 10월 5일 기준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와 도움 1위는 모두 토트넘 선수다. 득점 1위는 손흥민, 도움 1위는 해리케인 선수. 해리케인 선수의 6도움 중 5골이 손흥민 선수의 골이다.

201005 기준 EPL 득점순위.jpg
201005 기준 EPL 도움순위.jpg

같은 날 경기에서 전년도 디펜딩챔피언이었던 리버풀 역시 아스톤빌라전에서 7대 2로 대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써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까? 아무튼 축구경기는 참 알 수 없다. 그런데 토트넘의 기세가 참으로 대단하다. 예전 무리뉴 감독의 경기 스타일은 최소한의 골을 지켜 승리를 따내는 경향이 강했다. 대체로 그가 감독으로 있던 팀의 경기는 수비적 색채가 강했고 결과는 보장했지만 보는 재미는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1대0으로 이기는 10대0으로 이기든 승점 3점은 동일하니까.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경기양상이 다소 변화하는 듯 하다. 7대2, 6대1, 5대2 등 화끈한 득점을 보여주는 경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득점 경기가 그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팀 전술과 역량변화에 감독의 포션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전술변화의 핵심에 손흥민 선수가 있다. 부상 소식에 정말 슬펐는데 이토록 멋지게 복귀해줘서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써 고마울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손흥민, 1경기 4골에 이어 1골 2도움 맹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