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벽과 얼룩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찬 공기
어깨를 붙잡던 손길
단호하면서도 묵묵하던 악력
글씨 하나하나를 새겨나갈 때
슥슥 그어지던 목소리와
분필처럼 묻어 나를 하얗게 바라보던 가루
파낸 곳과 쓰인 곳
얼룩이기도 글씨이기도 한
오래된 기억
생생한 기억
그러나 읽어낼 수 없는 기억
바닥을 쓸듯이 불어오던 호수바람과
빛이 비치던 발목 아래
검고 아릿한
그래서 더 걸어가야만 했던
얼음판 위의 계절
서서히 휘몰아치던
흔적, 분필 가루, 얼룩
눈동자 그리고 하나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