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하나둘 접어가다가 어느 곳에는 모가 나고 어느 곳은 들어가 있어서 끝을 마주 잡을 수 없고 덩어리처럼 한쪽 면이 둥글어질 때 끙끙 눌리어 힘주어 온 손끝들에서 붉은 점 푸른 점이 멍처럼 유성처럼 눈물처럼 흐르다 번지고 번진 빗물이 창밖을 한가득 흘러 세상을 씻어갈 때 망연히 흐릿해져 가는 모습들, 붙잡고 싶었던 순간들 새끼손가락으로 그려보다가 문득 함께라는 사실에 다섯 손가락처럼 하나하나 힘주어 합쳐가고 있었다는 걸, 때로 온 힘으로 서로를 붙들고 파르르 떨리던 변곡점들을 지탱해 왔다는 걸 알게 될 때, 어떤 깨달음이나 착오 없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때, 어떤 지점이었을까, 어떤 고백이었을까, 어떤 날씨였을까, 그러니까 주어진 것은, 헤매고 그 속으로 파고들고, 돌이켜 껍질 밖을 바라보다가 알맹이가 알맹이인 것이 껍질 속이었음을, 서로라는 단어가 우리 안에서 자라났다는 걸, 우리 중 누구도 혼자 살아오지 않았고 스스로의 힘만으로 여기 당도하지 않았다는 걸. 눈물을 훔치는 손길보다 새어나가는 마음이 더 클 때, 어떤 연유로 숨을 짓누르는 슬픔이나 연민이 찾아드는지, 창조주의 시선을 궁금해하게 되는지, 의미나 목적, 이유를 찾게 되는지. 그러므로 주님. 어찌하여 나를 이곳에 부르셨습니까. 이들을 만나게 하셨습니까. 마음을 이곳에 묶어 떠나지 않게 하셨습니까. 주님.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가르쳐주십시오. 가르쳐주십시오. 풍랑이 일던 밤 항구에 묶인 영혼 하나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바람이 잦을 때까지. 바람이 잦을 때까지. 그 옆의 영혼을 붙들고. 부두에 걸린 홋줄을 의지해. 떠내려갔으면 한다고. 먼바다 수평선을 지나면 저 깊은 무저갱, 끝없는 낭떠러지로 영원히 떨어진다던 그 시간 속으로, 언젠가 떨어질 그 순간을 보며 떠내려갈 때, 다가오지 않는 수평선. 가려던 곳은 다가오지 않고, 헤맴만 계속될 때, 그렇게 찾아온 쉼터. 지금 머무는 곳, 안착한 마음, 비로소 한 곳으로 내린 손, 긴장, 고요, 솔방울, 빛줄기, 온기와 두근거림. 그렇게 접어가기 시작한 마음. 영글던 소망. 맞잡은 두 손. 그렇게 너는 지친 얼굴로 찾아오지 않았더냐. 빛 드는 창 아래로 간신히 고개를 내밀지 않았더냐. 이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단다. 의미 없이도 머물 수 있단다. 도움이 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단다. 네가 놓쳤다 여긴 그것들을 붙들어줄 마음들이 거기 있으니. 흐느적흐느적 다가가거라. 하나의 생명이 되고 흐르는 물이 되거라. 애써 단단해지지 않아도, 올올이 풀어 길게 늘어트려도 마음은 마음이고 생명은 생명이란다. 네가 내게 손 뻗던 그 첫 마음만을 기억해라. 네 사진에는 늘 네가 빠져 있었지. 때로 한쪽 귀퉁이에 그림자라도 잡히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도려내곤 했었지. 너의 흔적을. 밤이 깊어질 때면 밖을 아주 오래 내다보곤 했었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한 곳 만을. 거기 지나는 건 무엇이건 담아두려고 했고 동시에 어떤 것에도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지.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 한 곳 만을 바라보았어. 마치 그러고 있으면 조금씩 조금씩 더 먼 곳을, 더 깊은 곳을 볼 수 있을 것처럼. 거기 다다를 수 있을 것처럼. 너울이 부서져 파도가 되는 것처럼. 바람이 부서져 갈퀴가 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을 땐 아무것도 하지 말거라. 그 순간 홍매화 가지에 돋아난 꽃눈을 보고 당도하는 이의 옆얼굴과 떠나는 이의 뒷얼굴을 보아라. 가까워져 오는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멀어져 가는 소리의 끝을 오래도록 바라보아라. 벽의 뜯어진 잎사귀와 사람이 머문 흔적 또한 그대로 두어라. 공허가 아물 때까지. 상처가 잦아들 때까지. 충분히 아프고, 충분히 기다리고, 충분히 뿌리내려라. 온전히 네 것이 되도록 품고 사랑하고 기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