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주춤하게 되는 이유
내가 실제로는 그다지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다. 도전을 주춤하게 되는 이유는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무능이 드러나는 것이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패하면 무능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타인에게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의 반응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존재가 거절당한다는 느낌이 싫어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면 나의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아직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았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진지하게 도전하기만 한다면. 그런데 과연 그럴까? 뚜껑을 열었을 때 내가 원하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닐까?
결과적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실패는 어떤 사람이든 피하고 싶은 것이고, 성공에 대한 열의는 열심을 자극할 테니까. 하지만 결과는 온전한 나의 영역은 아니다.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금연, 금주, 태교, 운동, 몸 관리, 식단 관리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한 아이가 출산되지 않는 것과 같다. 유전적 제비뽑기에 따라 어떤 아이들은 아픔을 안고 태어나기도 한다. 성공적인 결과를 통해서만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어떠한 도전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과와 관계없이 모든 노력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성적, 취업, 승진, 연애, 사랑, 결혼, 출산, 육아 등 삶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중에 우리 스스로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결과가 우리 손을 벗어나 있다는 태도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충분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계획과 준비, 노력이 100%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 될까? 충분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실패한 사람들은 모두 충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인 걸까? 단지 그것 때문일까?
'제대로 노력만 기울이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충분히 노력하고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런 생각들은 곧잘 '완벽주의'에 빠져들기 쉽다. 완벽주의에 심취한 사람은 완벽한 성공을 꿈꾸고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패를 대면할 경우 성실하고 소심한 사람은 불필요할 정도로 극심한 자책에 빠지고, 자기애가 강하고 자존심을 앞세우기 바쁜 이는 그 원인을 타인 또는 환경 탓으로 돌린다. 어떤 경우에도 제대로 된 성찰이나 교훈은 얻지 못한다. 그간의 노력은 의미 없는 낭비였다며 가치를 평가절하한다. '충분한 노력'이라는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을 채근하고 무시하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기 쉽다.
무계획적으로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운으로 성공을 바라라는 말이 아니다.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뛰어들 '만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 납득할만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이런 태도는 실패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넓게는 모든 것은 경험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실패는 고통스럽게 할 뿐이지만, 경험에서는 배울 수 있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더 올바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결과를 두고 노력의 질을 평가한다면, 원하는 결과에서 벗어났을 때 더 이상 노력을 지속할 동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다시 도전하는 것 역시 어렵게 된다.
새롭게 시도하는 모든 것은 50% 이상의 실패 확률을 갖는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태도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막는다. 결과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영역으로 파이를 넓혀나가기 위함이다. 안전한 영역을 벗어나 탐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도가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시장개척이나 새로운 학문, 기술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내 마음과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 앞에 나서기를 주저한다면 관계는 좁아지고 고립되어 갈 뿐이다.
노력이 가진 힘을 과대평가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노력만으로 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은 당장의 성공에 집착함으로써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성공은 노력에 의한 당연한 결과라기보다는 우연과 운이 작용한 선물과도 같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무엇보다 노력은 결과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노력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노력은 새로운 종착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단기적인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