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hit
가벼운 두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늦게 자는 버릇을 여전히 고치지 못했다.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다. 자제력을 잃어버린 삶은 지겹다. 불안증세를 느끼면서 동태눈으로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에 집착하는 짓을 하고 있다. 누구보다 넷플릭스를 많이 본 것이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다. 순간의 즐거움이 내 일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을 가져다주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근본적인 것은 없다. 쿠팡 아르바이트에 나가지 못 했다. 모집인원이 마감되어 가지 못하는 것을 ‘썰렸다’라고 한다. 나는 썰렸다. 정말 우울한 얘기지만, 20대에 들어서며 정말 많은 썰림을 받은 것 같다. 아니, 썰리기도 전에 겁을 먹고 이불과 핸드폰 속에 숨어있던 일이 더 잦았다. 나의 문제가 뭔지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항상 같은 곳을 배회하며 멤돌고 있지만 이게 너무 익숙해서 시야에 있던 다른 길이 없어지고 무감각해진다. 나는 감정이 풍부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한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서 몇시간씩이고 시청하는 드라마에서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용서하고, 상처받아서 아파하고 싶다. 다른 차원의 감정결핍이 있는 성인은 정신적으로 전혀 자라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면서도 나는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 마주해야 하는 것들, 가족, 책임감, 금전적인 것, 취직, 건강 등 현실에서 마주해야 하는 일들을 감내하지 못 하는 중이다. 실존하지 않는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실존하는 나의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 나는 내가 실존하다고 믿지만 이게 인간다운 실존이 맞는가? 잉여 정신만 둥둥 떠다니는것이 아닌지?
몇년 전부터 서서히 나의 친구가 된 우울감은 요즘들어 나의 목구멍 아래로 와 박혀있다. 잠을 적게 잔 탓일까, 요즘 그렇다. 그 어떤 계획 하나도 지키지 못 하고 있다. 공허한 인생을 공허한 것들로 채워넣으려 시간을 낭비한다. 무감각한 일상을 인터넷으로 더 무뎌지게 만든다.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가난과 우울은 최악의 조합이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글을 쓸 기운이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있다면, 나를 안타까워하지도 한심해하지도 않길 바란다. 이건 나의 얘기다. 당신은 나를 모르고 나도 당신을 모른다. 나는 별게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그게 맞을지 모르지만 나의 생각과 감정은 다른 이들처럼 복잡하고 깊다. 화내는 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은 때때로 다른 삶을 너무 쉽게 판단해버린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사람들에서 예외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냥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위선적인 척을 해본것이다. 아무튼
오늘도 여전히 수영에 나갔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쏟아졌다가 물밀듯이 사라졌다. 수영장 안에서 싸움을 목격했다. 흥미로웠다. 남들 앞에서 화를 낼 수 있는 두 사람의 용기가 부러웠다. 대단했다. 누군가에게는 민폐행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나와 같이 우울하고 내성적인 사람에겐 그저 신기한 광경일뿐이다. 비록 그 싸움을 끝까지 목격하지 않고 하던 수영을 마저 했지만.
주말이다. 일요일이 지나면 또 월요일이 된다. 오늘도 무감각에서 벗어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