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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Aug 03. 2022

2022/08/03

짧은 글 연습

  스승이 힘들어하며 잠시 쉬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공양받은 음식을 먹은 이래 벌써 다섯 번째였다. 그때마다 스승은 토하고 설사했다. 가쿠다 강가에 겨우 앉으니 아난다가 그의 수발을 들었다. 노쇠한 스승의 몸은 메마르고 기운이 없었다. 깨끗한 천을 강물에 적셔 스승의 흙 묻은 발을 닦고 더러워진 가사를 씻어냈다. 아난다는 이것에 마지막 수발임을 암시적으로 느꼈다. 

  "붓다.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리석은 질문이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난다. 나와 함께 수행하는 자여. 넌 아직도 그걸 궁금해하는 것이냐. 수십 년을 나와 함께 하지 않았느냐"

  스승이 답하자 아난다는 고개를 숙였다.

 "아난다야. 나는 이제 늙고 쇠약해져 기운이 별로 없구나. 긴 세월을 보내 어느덧 여든이 되었다. 가죽 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낡은 수레처럼 나의 몸도 늙은 가죽에 묶여 겨우 살아간다고 느껴진다"

  고개를 숙인 아난다는 더러워진 천을 강물에 씻어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난다야. 너는 이제 저기 보이는 사리수 나무 아래에 나의 가사를 접어 자리를 준비하거라. 피곤하구나. 누워야겠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승은 한 쌍의 나무 아래에 옆으로 기대 누웠다. 계절을 맞이해 이제 막 피어난 사리수 꽃들이 천천히 흔들리며 그의 곁을 지켰다. 몸은 쉬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 주위에 모여 앉은 제자들은 모두 손을 모으고 스승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며칠 전의 공양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긴 여행길에 지친 탓이라 말했다. 누군가는 나이 탓이라 말했다. 모두 스승의 끝이 당도했음을 짐작했다. 아난다는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저는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 저를 그토록 아껴주시는 스승께서 돌아가시면 저는 무엇을 등불 삼아 살아야합니까"

  아난다는 소리 내어 울며 말했다.

  "아난다야. 슬퍼하지 말거라. 울지 말거라. 아난다야. 가깝고도 귀중한 것들과는 언젠가 헤어지기 마련이라고 너에게 말하지 않았더냐" 

  스승의 입에서 메마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지막이 시작되려 하자 제자들이 그의 주변으로 둘러앉았다. 슬퍼하는 제자들의 흐느낌이 일었다. 

  "아난다야. 아마 그대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구나. 스승의 가르침은 이제 끝나 버렸다. 이제 스승은 계시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 내가 가고 난 후에는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그대들은 자신의 등불이 되거라. 이제 마지막이구나"

  스승의 목소리는 쇠해지고 있었다. 그의 숨이 깊은 쇳소리를 내었다. 

  "붓다여. 죽지 마세요"

  아난다가 슬피 울며 스승을 바라보았다. 

  "아난다야. 세상에 난 것들은 멸하기 마련인 법이다"

  스승은 눈을 감았다.

  "끊임없이 정진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다"

  유훈을 남기고 스승은 숨을 거뒀다. 야속했다. 제자들이 머리를 숙이자 어디선가 사리수 나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해가 지고 있었다. 노란색의 어느 작은 조각들이 바람에 날려 스승의 몸 위로 내려 앉았다. 꽃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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