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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Jul 15. 2022

영희는 귀엽다

2022/07/15

  영희는 귀엽다.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 짓는 웃음이 귀엽고 멋있어 보이려 짓는 표정이 귀엽고 똑똑해 보이려 이것저것 말하는 것이 귀엽다. 어제는 씻고 나오니 영희가 거울 앞에서 두 손으로 허리를 쥐어짜며 요리조리 포즈를 잡고 있었다. 나는 그게 또 귀여워 뭐 하고 있는지 물으니 영희는 뱃살이 이만큼만 없어도 더 멋있었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는 또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그 선명한 입술을 계속 재잘거렸다. 나는 뻔한 그 모습이 귀엽고 여닫히는 입술이 좋아 미소만 지었다. 영희는 수줍어했다. 모든 것이 꾸미는 것 같지만 실상은 허술하니 아무것도 숨기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귀엽다. 


  시립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간다는 영희가 나에게 이천 원을 주며 코인 노래방에 가있으라고 했다. 날이 더우니 혼자만 빨리 다녀오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노래방으로 갔다. 시원한 바람 아래에서 물까지 마시정도를 불렀다. 돌아온 영희달려갔다 온 듯 땀에 젖어 있었다. 내가 생수를 건네자 영희는 기뻐했고 물을 마시며 여기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팔자 좋게 혼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나에게 서운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우리는 남은 두곡을 나눠 부른 다음에 인절미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영희는 그런 아이다. 멋있다기보다는 귀여운 아이다.


  영희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허술함이 내 눈에 다 보인다는 걸. 그럼에도 영희는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희는 여전히 영희다. 그걸 보는 내 웃음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지. 그런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에 취한 걸 지도 모르고. 그런 거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 그래도 뭐 영희는 귀여우니깐.


모임별 - 박쥐들 우리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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