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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Aug 16. 2022

2022/08/16

병 콜라 두 개

  그녀가 어디선가 병 콜라 두 개를 사 왔다.

  "편의점이 없더라고요. 그냥 문 열린 횟집에서 사 왔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옆에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키홀더 달린 병따개를 꺼내 콜라 뚜껑을 땄다. 주머니에 병따개를 넣고 다니는 사람은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고민하던 찰나에 그녀가 빨대 꽂은 콜라를 나에게 건넸다. 병입에서 작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병뚜껑 두 개가 그녀의 작은 주먹 안에서 심야 해수욕장의 파도소리와 함께 달그락거렸다. 피요옹. 밤 산책을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폭죽 소리. 여름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모래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팡. 나는 빨대를 물고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를 바라봤다. 피요옹.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시선. 그녀의 입술 사이로 질겅 씹힌 빨대 한 줄기가 보였다. 팡. 마지막 폭죽이 터졌다.

  "빨대는 어디에서 가져왔어요?"

  "횟집이요."

  그녀는 뭘 그런 걸 다 묻냐는 듯이 가벼운 코웃음을 쳤다. 그냥 병째로 마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횟집에서 콜라를 사 오고 빨대를 얻어오는 사람. 같이 앉아 있는 내내 모래사장을 계속 바라보는 사람.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어느 남자가 모래사장에 작은 막대들을 꽂아 놓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었다. 쪼그려 앉은 그의 어깨에 닿을까 말까 한 어린아이 둘이 꺄륵거리며 그의 주위를 내달렸다. 몸이 가벼운 건지 모래밭 위로는 옅은 발자국이 남았다. 남자가 일어나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다정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뒤로 두어 발자국. 그가 어느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이들이 달려와 그들의 다리에 매달렸다. 가족으로 보였다. 삐요오오옹. 회색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펑. 아이들이 다시 펄쩍 뛰어올랐이번에는 조금 깊은 발자국이 찍혔다. 삐요오오옹. 그녀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떠올랐다.

  펑. 한순간 밝아진 그 미소가 상냥했다.


  심야 해수욕장에 추억 없는 사람이 어딨 냐고 친구가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 추억거리야 나도 있고 친구 녀석도 있고 옆동네 영희도 하나쯤은 갖고 있는, 흔해 빠진 거니까.

  "그래도 우리 나이에 노상에 앉아서 추억 쌓는 건 조금 청승맞지 않냐? 난 인마 하필 주말에 프러포즈한다고 xx호텔 오션뷰 잡고 난리도 아니었다."

   녀석의 자랑 같은 푸념. 푸념 맞겠지. 나는 웃으며 맛대가리 없는 술 한 잔을 들이켰다.

  "그래서 결국 프러포즈했다는 거지?"

  내가 묻자 친구는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야 좋은 날인데 한 잔만 더 마셔줘라. 이거 비싼 거야."

  녀석이 빈 잔에 갈색 술을 들이부었다. 술이 맛있어봤자 술이고 비싸 봤자 술이지. 의젓해서 조금 부러운 나의 친구.


  집으로 돌아와 누은 방안으로 빗소리가 들려왔다. 3일째 멈추지 않고 내리는 비였다. 반쯤 열림 창문이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젖을 것도 없는 방이었다. 여름. 어딘가에서 폭죽이 터지는. 창가에 걸친 빗소리가 끝없이 울려대는. 추억 없는 사람이 없다는. 그런. 익숙한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같이 사는 게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 없는 것 투성인 나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녀가 나를 안아주었다.

  "대신 내일 맛있는 거 해줄래?"  

  청승 넘치게 조금 깊은 발자국. 차마 추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업소용 콜라 두 병만큼의 궁상. 달그락거리는 병뚜껑 두 개. 피요오오옹.

  "응."

  쏘아 올려진 누군가의 의젓함과 맛대가리 없는 갈색 술 한 잔. 펑.



  왜 돌아왔냐고요? 그냥 여기저기 두서없이 마음 가는 대로 쓰기로 마음먹었슴돠. 그런 글들이 나중에 씨앗 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왔다. 갔다. 썼다. 지웠다. 이랬다. 저랬다. 예에. 근성 없는 저를 욕해주십쇼. 그래도 쓰는 게 재밌어서 꾸준히 뭔가를 쓰고는 있습니다. 글 못쓰는 건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에 연습해야죠.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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