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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Mar 18. 2023

2023/03/18

짧은 글 연습

  날씨가 풀린다. 봄이 오는지 사람들의 복장이 한껏 가벼워진 모양새다. 서로의 머리를 기대 걷는 연인들 사이를 걸으며 지난 일들을 떠올린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던 것들이 떠났을 때의 나는 조금 울고 싶었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좋아할 만큼 충분히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의 나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그 감정에 대해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새벽의 통화 내내 들떠있던 나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종일 부끄러웠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해변 위를 스쳤다. 그 추위에 사람들은 옹기종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출근을 하고 있을까. 공항까지 가는 길이 춥지는 않을까. 어느 작은 아이 하나가 백사장에 엎드려 모래 위를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아이 엄마는 그 옆을 지키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이는 더러워질 것을 알면서도 모래 위로 달려들었다. 그런 마음이 나에게는 아직 남아 있을까. 겨울을 보낸다. 많은 일이 있었다. 사소한 것 일수록 잃기 쉽고, 변하기 쉽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살아가는 사소한 나와는 다르게도.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 변치 않을 그 방식대로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온다. 밀물이 되어 바다는 제 모습을 바꾸었다. 반짝이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한다. 나는 남겨두었던 사진을 조용히 덮어두며 다가올 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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