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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Mar 30. 2023

2023/03/30

짧은 글 연습

  다시 체력을 기른다. 체력이 올라오니 일하기가 수월하다. 일이 수월해지니 자신감이 붙는다. 핸드폰을 다시 바꾸었고 쌓여만 있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가능하면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에게 다시 연락을 하고 그들과 함께 긴 대화를 나눈다.


  오랜만에 작문을 하며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글자를 모아 문장을 만들었고 문장을 쌓아 올려 문단을 내놓았다. 조금은 고통스러웠다. 글이 쉽게 쓰이지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단은 글이 되었다. 무의미하게 쌓아 올려진 글을 바라보며 최근에 읽은 샤르트르의 책을 떠올렸다. 우리는 본질이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 스스로를 내던져야 한다고 했던가? 뭐 대충 그런 말이었던 것 같은데. 이내 나는 세존의 말씀도 떠올렸다. 매일 사는 것이다. 그뿐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나 사람도 그냥 살기만 하되는 것일까.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그 잘났다는 현자들의 조언을 제아무리 읽어댄다 한들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제는 5km를 19분 만에 주파했다. 꾸준히 달려온 덕분이다. 오류투성이의 나의 삶이 고작 이런 기록만으로 나아질 거라고 믿은 건 아니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천변의 끝에 서서 난연한 벚꽃 잎을 바라보았다. 가슴팍은 땀으로 젖어있었고 숨은 가피 쉬어졌다. 다시 체력을 기른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사는 것이다. 그뿐이다. 삶이 오랜 방황을 마치고 제자리를 찾아가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작은 사실이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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