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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May 04. 2023

2023/05/04

오늘의 헛소리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해야 할까요? 예술이 삶을 모방한다고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 어쩌면 예술은 언제나 현실보다 삶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언제나 현실보다 더 현실다운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니까요. 그리고 때로는 완벽한 모방을 위해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불완전함을 일부러 빼놓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근 스탠퍼드와 구글의 연구진은 ChatGPT를 활용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작은 게임 같은 가상의 마을을 조성하였고 마을의 구성원들을 AI 주민으로 채워 넣었죠. 주민들은 직업이나 성격 같은 기본 정보부터 다른 인공지능과의 관계나 기억을 입력받은 상태로 ChatGPT에 의해 창조된 가상의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연구진들은 그렇게 탄생시킨 인공지능들을 가상의 마을에 배치한 뒤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셨습니다.

  인공지능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각자의 삶을 살아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일을 하러 나갔죠. 여가시간에는 이웃과 대화를 나누었고 심지어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이거나 정치적 이슈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공지능이 나오는가 하면 평소 그의 행보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던 다른 인공지능이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한 뒷공작을 펼치기도 했죠.

  이들의 행보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들의 행동이 어떤 사전에 입력된 알고리즘에 의해 발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한 문단 정도 되는 간단한 캐릭터 정보를 바탕으로 탄생된 자율적인 인공지능이었고 스스로 판단하에 다른 인공지능과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며 자연스러운 사회적 행동을 구현하게 된 것이었으니까요.

  이는 게임으로 대변되는 ‘사전에 정의된 알고리즘에 기반한 인공의 사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것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인공지능들은 우리 인간이 행동하듯이 경험에 기반해 쌓인 기억을 기반으로 다음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이 인공지능을 두고 Generative Agents라고 명명하고 그들이 인간 행동의 상호작용을 흉내, 모방(Interactive Simulacra fo Human Behavior)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시뮬레이션을 종료한 뒤 각 인공지능을 인터뷰하여 그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미래의 계획은 무엇인지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같은 일상적인 질문들이었죠. 그리고 연구진들은 이 질문들은 실제 인간에게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실제 인간은 각 인공지능이 가상의 세계에서 겪은 모든 일과 대화를 적은 메모리 스트림을 읽은 상태였습니다. 하나의 기억에 AI와 인간의 대답 두 가지가 준비된 것입니다. 그리고 두 가지의 대답은 다른 지원자들에 의해 어느 것이 더 믿을만한지에 대해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대다수 지원자는 AI의 대답이 더욱 신뢰성을 가진다고 답했습니다. AI의 대답이 인간이 작성한 대답보다 더욱 완벽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불완벽성을 가진 인간보다 완벽성을 가진 AI가 더욱 인간다워 보인다. AI가 모방을 넘어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 보이게 된 순간이었죠.

  혹자는 말합니다. ChatGPT는 그저 대규모의 언어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모방품일 뿐이라고요.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인간의 언어를 패턴화 하여 적절한 대답을 내뱉는 가상의 언어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철저히 모방있다 한들 어찌 그것 의식을 가진 존재라고  수 있을까요. 강형욱이 강아지의 행동 언어 패턴을 익히고 그들과 소통한다 한들 강형욱을 두고 강아지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의식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것과 인공지능을 인격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관계성에서 인간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관계성은 언어에서 나옵니다. 언어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한 객체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사회적 관계를 느끼게 만드는 것 중 하나임에는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는 상호관계를 통해 관계성을 쌓은 일개 짐승을 인격화하여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차가운 면모를 보이는 사람을 보고 비인간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언어로 대변되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 모든 관계를 정의 내리니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언어는 행동 언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ChatGPT에 한해서는 문자언어만으로도 충분하게 설명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니터 너머 나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그것을 단순한 컴퓨터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강아지가 자신의 행동 언어를 복제하는 강형욱을 보고 커다란 강아지로 인식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인공지능의 언어모델을 바라보며 그들을 동등한 존재로서 인식하며 인간화하게 되는 것일까요? 스탠퍼드 연구진의 대답은 ‘그렇다’였그들은 이것을 위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AI 안정적인 관계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사회적 관계 도피처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습니다. 그에 따라 인간의 사회성은 고립되고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안락한 관계성에 자신을 의탁하게 됩니다. 즉, 인간이 이상은 인간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위험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인간의 삶을 모방하던 예술은 이제 최첨단 기술에게 그 바통을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완벽한 언어 모방은 진짜 인간으로 하여금 인공지능이 더 인간답다고 느껴지게 하였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느껴지는 존재. 이 단계에 도달한다면 인공지능이 어떤 존재인지는 더 이상 현실적으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게 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까요. 우리에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SF장르의 클리셰적인 질문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오직 인간에게만 의미 있는 질문. 인간의 모조품우리에게 물을 것입니다. 신과 인간 다를 게 무엇인지.  우리 인간은 이제 우리보다 더 인간다운 그들 사이에서 인간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는 겁니다.

  최근 불가에서는 인공지능도 해탈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답은 ‘해탈할 수 없다’였습니다. 인공지능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내놓을 정도로 깨닫고 해탈한 것처럼 보인다 한들 그것은 해탈의 근원적인 문제에는 닿은 적은 표면적 모방이란 것이 불가의 설명이었습니다. 해탈의 근원적 필요조건은 괴로움이지만 인공지능의 해탈에는 그 괴로움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괴롭습니다. 관계는 언제나 고통이고 모든 것들은 우리를 떠나가기에 언제나 외롭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근원적인 감정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이지요. 안정적인 관계만을 쫓게 된다면 우리는 결국 완벽함을 바탕으로 인간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에게 우리의 감정을 의탁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진정한 인간성에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와 내 주변인들의 불안정한 감정을 인정하고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인간을 연민하고 가엽게 여겨야 합니다. 결국 그것만이 완벽함으로 대변될 인공지능 시대에서 우리 인간이 스스로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주저리주저리 적다 보니 분량이 꽤 길어졌네요. 글을 다 쓰고 돌아보니 무슨 법문이나 설교를 적어 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집중력도 흐려져서 제가 뭘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뭐 사실 쥐뿔 없습니다. 아마 새로운 시대에 홀로 도태되는 것 같은 저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글인 것 같습니다. 설교하듯이 쏟아낸 문장은 아마 저 스스로를 나무라는 말이겠지요. 언제나처럼 글이 앞뒤 없이 어지럽습니다. 역량이 부족한 탓입니다. 마무리가 어렵네요 그냥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이 이 글을 진짜로 다 읽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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